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도시들도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심각

버밍햄과 내쉬빌…남부의 두 도시 이야기

내쉬빌, 젊은 인구·일자리 증가 선순환
버밍햄, 인구 ·기업 감소로 갈수록 쇠퇴



전국 모든 도시가 달려들었던 아마존 제2 본사 유치경쟁에서 뉴욕과 워싱턴DC가 승리하자 도시들 사이에도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마찬가지로 남부의 중견 도시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테네시주 내쉬빌과 앨라배마주 버밍햄은 40여 년 전까지 비슷한 수준의 도시로 분류됐다. 약 200마일 떨어져 있는 두 도시는 100만명이 채 안되는 메트로 지역 인구와 일자리, 평균 소득 등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내쉬빌은 그동안 인구가 두 배 가까이 늘었고, 고소득 일자리와 ‘음악의 도시’라는 명성에 이끌려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아마존 제2 본사 유치 경쟁에서도 ‘금상’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평균 연봉 15만 달러 일자리 5000여 개를 창출할 수 있는 운영센터 유치라는 ‘장려상’을 받았다.

반면, 버밍햄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주변 교외 지역이 넓어졌다지만, 내쉬빌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두 도시의 교육수준과 소득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은행과 금융회사 등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떠나고 있다. 버밍햄도 아마존 제2 본사 유치에 도전했지만, 얻은 것은 평균 시급 15달러의 아마존 창고와 물류센터뿐이다.



뉴욕타임스는 내쉬빌의 부상과 버밍햄의 침체 이유를 행운과 행정, 정치적 결정의 결과로 나누어 분석했다.

랄프 슐츠 내쉬빌 상공회의소 의장은 내쉬빌 성장의 씨앗을 남북전쟁에서 찾았다. 내쉬빌은 연합군에 저항하는 대신 일찌감치 항복해 애틀랜타 등 남부의 다른 도시들처럼 기반시설이 초토화되는 것을 모면했다. 연합군은 내쉬빌을 물류 중심지로 사용해 전쟁 이후의 산업기반을 제공했다.

다른 도시에 비해 제조업 의존도가 낮았다는 점도 유리했다. 대신 테네시주의 주도로서 경기 등락의 영향을 덜 받는 공공 기관들이 많이 생겼다. 특히, 밴더빌트대학을 필두로 한 다수의 대학은 내쉬빌에 ‘남부의 아테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1960년대에는 카운티와 시 정부가 합병됐다. 행정체계 일원화로 도심과 외곽 지역이 단일 도시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19세기 출판업계에서 출발한 음악산업은 내쉬빌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였고, 20세기 들어서는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하기도 했다.

1990년대 전국 어느 곳이나 도심 지역은 빈곤과 범죄로 기피 지역으로 전락했지만, 필 브레드센 당시 내쉬빌 시장은 대형 컨벤션센터와 하키 구장, 컨트리뮤직 명예의 전당 등을 건립하면서 도심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이처럼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면서 2008년 대불황이 내쉬빌을 비껴갔고, 불황 이후 도심 지역에는 그야말로 붐이 일었다. 35세 이하 대학 이상 졸업인구는 10년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해 2017년에는 15만5000여 명으로 늘었다.

청년 인구가 늘자 기업들도 몰려들었다. 이벤트브라이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뉴욕에서 본사를 옮겨왔고, 회계법인 EY는 지난달 도심에 600명을 고용하는 오피스를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버밍햄의 ‘붐’은 내쉬빌보다 한 세기 먼저 찾아왔다. 전국 최대의 철강 도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1980년대 미국 철강산업이 쇠퇴하자 버밍햄은 리전스 파이낸셜, 사우스트러스트, 앰사우스 뱅코어 등을 유치, 금융 도시로의 변모를 시도했다. 하지만 2008년 대불황의 결과는 재앙적이었다. 4만5000여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고, 도심에는 아직도 수백만 스퀘어피트에 달하는 빈 오피스 공간이 입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의 이코노미스트 애덤 카민스는 “버밍햄 같은 도시도 회생 가능성이 소멸된 것은 아니지만, 더 뚜렷한 개성을 발휘하는 다른 중견 도시들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간신히 버티고는 있는데, 버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조현범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