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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아픔과 트라우마를 보듬는 것"

타운 공립교 욱일기 문양 벽화
제거 유보 결정에 논쟁 심화
타임스 사설로 "유보 환영"
한인 작가들은 '프레임' 반발
"본질 왜곡말고 주민 배려해야"

LA한인타운에 있는 공립학교인 로버트 F. 케네디 스쿨(이하 RFK)의 욱일기 문양 벽화제거 결정은 예술을 탄압하는 '검열'인가 vs '공공미술' 정신을 지키려는 뒤늦은 노력인가.

RFK 스쿨 욱일기 문양 벽화 논란이 철학적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욱일기 문양 논란을 계기로 아시아권 역사와 아픔에 무지한 서구권의 일방주의를 짚어보자는 반응까지 나왔다. 반인륜범죄 규탄과 표현의 자유가 맞부딪친 모습이다.

지난 11월 15일 윌셔커뮤니티연합(WCC), 미주3.1여성동지회, 광복회 미주서남부지회, 한인재향군인회 서부지회, 한인치과협회, 파바월드, 화랑청소년재단 등 한인단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 전쟁범죄 역사, 일본의 계속된 군국주의 야욕을 들어 RFK 스쿨 욱일기 문양 벽화를 제거해 달라고 LA통합교육구(LAUSD)에 호소했다.

지난 13일 욱일기 벽화 문양을 그린 뷰 스탠턴(32)도 WCC·LAUSD와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가로서 전혀 의도한 일이 아니다. 벽화가 커뮤니티의 아픈 과거를 들추고 다른 의미로 해석돼 유감"이라며 벽화 제거에 동의했다.



이해당사자 모두 역사의 올바른 이해와 해석에 공감했다. 인류 정신을 기리자는 공공미술(public art) 취지도 되새겼다.

하지만 LA타임스 비평가와 기자가 '검열(censorship)'을 주장하면서 반전됐다. 주류사회 일부 예술가와 로버트 F. 케네디의 아들까지 인터뷰하며 표현의 자유라는 프레임을 구축했다.

결국 17일 LAUSD는 욱일기 문양 벽화제거 결정을 유보(hold)한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18일 LA타임스의 사설은 벽화를 제거 못 하도록 쐐기를 박는 논조였다. 사설은 "LAUSD는 성급한 결정을 하지 말라. 벽화제거 유보는 현명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설은 "일본 제국주의 깃발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잔악한 범죄의 표상이다. 한인들이 (욱일기 문양 벽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당연하지만, 스탠턴의 벽화는 전쟁 깃발을 들이댄 것(suggest)이 아니다. (예술을 문제삼지 말고) 현실 속 백인우월주의와 신나치주의를 경계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술전문 온라인매체인 '하이퍼알러직(hyperallergic.com)'은 욱일기 문양 벽화 옹호 반응과 함께 문제의 벽화가 공공미술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반응을 나란히 보도했다. 스탠턴의 욱일기 문양 벽화가 공동체 구성원의 '아픔과 트라우마(pain and trauma)'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LA카운티미술관(LACMA) 현대미술 큐레이터 크리스틴 김씨는 "예술의 검열을 지지하지 않지만 벽화의 태양빛(sun rays)은 한인들에게 일본제국주의 전쟁 깃발을 떠올리게 해 분노와 울분을 자극한다는 점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민영순 화가는 "욱일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일본 육상·해상 자위대가 사용한다. 한인타운 심장(the heart of Koreatown)에서 일본 제국주의 연상 상징물을 접해야 하는 한인의 민감한 반응은 검열반대, 예술가의 순수성 주장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가 제니퍼 문씨는 주류사회가 욱일기 문양 벽화 논란에 검열이란 프레임을 들이댄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문씨는 이번 논쟁이 함의한 복잡하고 어려운 심연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권력과 연관된 검열이라는 개념을 들이대면 토론은 위축된다. 지역(한인) 커뮤니티는 그들의 아픔과 트라우마를 이야기했다. 예술가라면 (공립학교 벽화에) 문화를 배려하고 그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라며 "대중을 위한다는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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