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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별똥별 이야기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12/20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8/12/19 15:37

하늘은 늘 우리에게 놀라움을 줍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 늘 같은 모습이 아닙니다. 구름에 가려지고, 산을 비껴가며 새롭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해돋이는 늘 우리를 새롭게 합니다. 해가 저무는 모습도 늘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하루를 보낸 태양이 저리도 아름답게 어둠 속으로 사라지다니요. 저는 하늘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에 늘 감동합니다. 맑은 하늘도, 구름 낀 하늘도, 흐린 하늘도 저마다의 매력이 있습니다.

며칠 전 저녁에 아들과 공부를 하고 오다가 하늘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녁마다 아들과 동네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공부를 합니다. 오가며 나누는 이야기는 행복 그 자체입니다. 그 날은 하늘에 유성우(流星雨)가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게 된 것입니다. 밤하늘을 자세히 보는 것도 오랜만의 일입니다. 겨울 밤하늘은 왠지 애틋합니다.

유성이 비처럼 내린다는 유성우이지만 밝은 도시의 하늘에서 유성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풍습인지는 모르겠으나 유성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빌고 싶은 소원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가족의 건강도, 친구의 행복도, 제자의 기쁨도 모두 기도의 내용이 되고 있습니다. 소원을 빌고 싶었습니다.

하늘을 보는데 좀처럼 유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겨울 하늘에는 오리온자리가 뚜렷이 보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별자리입니다. 가운데에 별이 세 개 이어져 있는 모습이 삼형제를 닮았습니다. 삼형제였던 저는 어릴 때 오리온을 보면서 가족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리온을 보면 좋으면서도 애틋합니다.

유성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오리온자리에 눈이 머물러 있었는데, 그 때 빠른 속도로 유성이 오리온 위로 지나갔습니다. '와!' 감탄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습니다. 서울 밤하늘에서 유성을 만나다니요. 너무 빠른 속도여서 소원을 빌지 못했지만 유성을 본 것만으로도 기쁨이 생겼습니다. 기쁨을 느끼는 것도 좋은 일이지요. 기쁘게 살기를 소망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아예 한쪽에 자리를 잡고, 유성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도시의 밤이 너무 밝아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리니 또 하나의 유성이 지나갔습니다. 유성이 지나간 후 소원을 빌었습니다. 건강과 행복에 대하여. 집으로 올라와서 큰 아이에게 유성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창을 열고 오리온자리 쪽을 지켜봅니다. 그러고 시간이 좀 흐른 후에 큰 아이도 유성을 보았다고 하며 기뻐하였습니다.

하늘은 우리에게 유성의 신비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점처럼 보이는 유성이지만 실제로는 어마어마할 겁니다. 이제는 과학적으로 밝혀져서 예전 같은 신비스러움이나 두려움은 없겠지만 여전히 설렙니다. 유성으로 가족이 함께 기뻐한 하루였습니다. 오랫동안 이야깃거리로 삼을 추억이 생긴 겁니다. 함께한 추억은 참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유성을 보고 나서 유성이 우리말로 '별똥'인 게 재미있었습니다. 저렇게 설레고, 신비로운 현상에 '똥'이라는 어휘를 붙였다니 웃음이 납니다. 하긴 우리는 '불똥이 튀다'라는 말도 하고 '닭똥 같은 눈물'이라는 말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이니 더러울 게 뭐 있겠습니까? 재미있을 뿐이지요. 별똥이라는 말에 한 번 더 기쁘게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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