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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한인타운 욱일기 벽화 논란을 보고

벽화가 있는 그 장소에서 1968년 로버트 케네디가 살해되었다. 바로 문제의 욱일기 벽화가 있는 같은 장소.

로버트 케네디의 벽화를 그린 작가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예술작품에 대한 검열에 반대한다"는 의견에 100% 동의한다. 우리도 예술작품에 대한 검열을 반대한다. 예술작품의 검열은 상대가 힘없는 예술가 1인이든 다수의 예술계 전반이든 간에, 권력, 금력 등으로 어떤 이유에서 간에 이루어지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들도 있다. 증오 연설, 폭력 조장, 테러 지원, 지적재산권, 진짜 위협 등이다. 나치 문양으로 예술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나치 문양도 아마 이들 중 하나 또는 여럿에 걸리는가 보다. 일본 해군기 욱일기도 이와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다.

문제의 벽화를 만든 그린 보 스탠턴(Beau Stanton)은 작품에 쓰인 살들이 욱일기를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빛살(Ray of Light)의 개수와 색깔도 욱일기와는 다르다고 했다. 믿어 주기로 한다. 그리고 고(故) 로버트 케네디의 두 아들 맥스 케네디와 바비 케네디가 한 멋진 말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상징의 힘을 안다. 또한 셰퍼드 페어리와 보 스탠턴이 공공미술 검열에 반대하는 것을 지지한다. 그러나 빛살은 이 나라에서 희망을 나타낸다."



그런데 한 가지 틀린 것이 있다. 일본 욱일기의 빛살은 '이 나라에서든 다른 나라에서든' 희망을 나타내지 않는다. 일제 전범 군국주의의 죄악을 나타낼 뿐이다. 우리는 빛살 그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욱일기와 욱일기의 빛살을 반대할 뿐이다.

LA타임스를 비롯한 언론의 보도자세는 이해한다. 1941년부터 1945년까지의 태평양 전쟁은 이미 오래 전이다. 진주만 침공은 77년이나 됐다. 그 당시 함께 공동의 적 일본과 싸웠던 중국은 이제 미국의 거의 주적이 되었고 그때 주적이던 일본은 이제 제1의 우방국이다. 미국의 젊은 세대는 그때를 모른다. 미국 언론은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좀 다르다. 아시안이라면 거의 100% 바로 느낄 수 있는 트라우마가 문제다. 또한 미국 예술가가 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가 정치적인 또는 비정치적인 폭력에 의해 희생된 앰배서더 호텔의 부지를 기념하여 만든 학교에, 자신들을 태평양전쟁으로 끌어들여 수많은 사람이 죽고 미국으로 하여금 두 번이나 핵폭탄을 쓰게 만든 그 폭력 집단 일제의 깃발을 상징하는 문양이 박힌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아시안, 코리안이 바보라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좀 듣자. 이 사람들아. 아시안이 아니라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정신 차리자. 강간당한 피해자에게는 피 묻은 나체가 예술이 될 수 없다. 아들을 전쟁에서 잃은 부모에게는 적국의 깃발이 예술이 될 수 없다. 케네디 가문에 암살은 예술이 될 수 없다. 그러한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 폭력이며, 증오 표현이며, 폭력 조장이며, 인격 모독이며, 인류에 대한 모독이며,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연결될 진짜 위협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에게, 아시안에게 나아가 미국인에게, 그리고 세계인에게 '욱일기'는 예술이 될 수 없다. 특히, 전범을 뉘우치지 않고 그 깃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세계 몇 위의 강군을 가진 일본의 깃발은 예술이 될 수 없다.

훌륭한 예술가들이니까, 대화를 통해 공감을 할 것으로 조심스레 점쳐 본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교육구도 해결책을 찾겠지 생각해 본다. 언론도 욕먹고 나면 태도를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어느 정도 커질 때만 비로소 억지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늘 이런 문제가 마치 한인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본질을 바꾸는 어리석은(어쩌면 계산된) 사람들의 성향까지 바뀔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양민 / 교육 컨설턴트·US에듀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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