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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한인의 인종차별 의식 여전하다

2주전 미 대학풋볼 최우수선수에 주어지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받은 오클라호마 수너스의 쿼터백 카일러 머리(21)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도 계약한 한국계라는 본지 단독 보도가 본국 매스컴까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지만 인터넷에 실린 독자들의 댓글들 중에는 '어머니도 아닌, 할머니가 한국 사람인 25% 코리안인데 한국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한국 좋아하네, 무슨 개뿔…' '어거지로 한국을 갖다붙여 조회 수 올리기 위한 작전 기사'란 비난도 상당히 많았다.

물론 이같은 글들은 대부분 본국 인터넷에 게재된 것으로 미주 사이트에는 이러한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익명의 뒷그늘에 숨어서 해대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적지 않게 들으면서 미주 한인들 역시 부끄러운 인종차별 의식이 여전하다는 점을 확인할수 있었다.

한마디로 피부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카일러 머리가 직·간접적으로 한국계라는 것을 전혀 인정할수 없다는 논리다. 심지어 노터데임 파이팅 아이리시의 한인 키커 저스틴 윤은 부모가 미국에 이민 온 1.5세지만 국적이 미국이라 역시 한인으로 기사를 쓰지 말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이 완벽하고 국적도 한국이지만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소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내지 차별받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 것인가. 최근 서울·제주 등지를 중심으로 다문화 가정이 크게 늘고 있지만 그 자녀들에 대해서는 피부 색깔에 따른 차별이 여전하다는 기사가 차고 넘친다.

만약 미국에서 백인이 아닌,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림 당하고 천대받는다는 것을 한 번 상상해 보자. 아마 세계적 해외토픽감으로 대서특필되고, 여기저기서 집단소송이 걸리고, 천문학적인 징벌적 배상금도 부과될 것이다.

12년전 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수퍼보울에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하인스 워드(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한인 어머니 역시 주변으로부터 '흑인 미군과 결혼했다'라는 이유로 온갖 모욕을 들으면서도 청소부로 묵묵히 일하며 외아들을 키워냈다.

그런데 우승 이후 아들과 함께 출생지인 서울로 돌아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자 연락을 끊었던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친근하게 접근해오는 바람에 몹시 당황스럽고 착잡한 심정이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모친은 "만약 아들을 한국서 키웠다면 불량배가 되었을 것"이란 말까지 했다.

한국 사람의 이중성과 차별주의는 21세기 들어서도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국제화·세계화 구호는 요란하지만 정작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며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부족한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따진다면 기자를 포함한 상당수 한인들도 고구려와 주변의 말갈-거란-몽고-여진-한족 등과 오래 전에 섞인 뒤 동화된 '혼혈아의 후손'일 것이다.

본인의 자발적 선택과 상관없는 생김새가 그 사람의 인격보다 중요한 것일까.

한국사회가 이런 식의 편협하고 옹졸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비슷하게 생긴' 재일동포를 차별하는 일본을 상대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아니면 몽고-티베트족을 냉대하는 중국과 무엇이 다를까. 근거없이 남 비판하기 좋아하고, 집단주의에 빠져 무자비한 댓글을 달고, 퍼뜨리는 자신들이 오히려 국격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란 것을 왜 모를까.

외할머니·모친과 함께 시즌 후 한국을 찾고 싶다고 밝힌 '자랑스런 한국계' 카일러 머리가 오는 29일 오렌지보울에서 승리하고 결승까지 진출해 대학풋볼 정상에 오르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봉화식 스포츠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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