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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화웨이 닮은꼴…중국, 미국에 당하고 동맹국에 화풀이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12/20 07:23

보복 스타일 공통점 다섯 가지
미국 자극 않고 한국·캐나다 겨냥
공식적 보복 대신 SNS 여론몰이
롯데·캐나다구스 제품 불매운동
14억 인구 무기로 관광제한 카드

캐나다 외교부는 ’중국에서 교사로 일하던 캐나다 여성 세라 맥아이버가 비자 문제로 중국에 억류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 전직 외교관 1명과 대북 사업가 1명이 구금된 후 이달 들어 세 번째다. 20일(현지시간) 중국 공안이 베이징에 위치한 캐나다 대사관 앞에서 사진기자들의 취재를 막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구스 주가 20% 폭락’ ‘중국에 머물던 캐나다인 구금’.

캐나다 당국이 미국의 요청으로 지난 1일(현지시간)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한 뒤 일어난 일이다. 중국의 보복 조치다. 캐나다 사법 당국의 멍 부회장 체포는 화웨이의 대이란 제재 위반 명분으로 미국이 요청한 데 따른 것이지만 중국은 분노의 화살을 캐나다를 향해 날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캐나다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해 중국이 한국을 겨냥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을 연상시킨다. ‘사드 보복’과 ‘화웨이 사태’의 닮은꼴 다섯 가지를 들여다본다.

①공식적인 보복은 없다=중국의 보복은 비공식적으로 이뤄진다. 미국은 경제 보복을 할 경우 국내법 혹은 유엔 결의안 등에 근거해 제재하거나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관세를 올린다. 하지만 중국은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중국 국민이 불매운동을 하는 식으로 또는 다른 이유를 들어 상대국을 압박하는 방법을 사용하곤 한다.

이런 비공식 보복의 예시로는 ‘선양롯데타운’이 대표적이다. 2016년 롯데는 중국 선양(瀋陽)에 약 3조원을 투자해 쇼핑몰·테마파크·아파트 복합단지를 짓고 있었다. 같은 해 7월 사드 배치가 공식 발표되자 중국 당국은 4개월 후인 11월 소방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선양롯데타운 공사를 중단시켰다.

비공식 보복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멍 CFO가 캐나다에 구금되자 중국은 자국에서 활동 중이던 캐나다인 3명을 구금했다. 지난 10일 외교관 출신 마이클 코프릭 국제위기그룹(ICG) 선임고문과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를 체포한 데 이어 20일엔 중국에서 교사로 일하던 세라 맥아이버를 구금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두 사람을 국가안보위협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고,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세라 맥아이버는 불법취업으로 처벌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외적으론 화웨이 사태와 캐나다인 구금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②미국 대신 미국의 동맹국을 때린다=이번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가디언은 “캐나다가 두 코뿔소 사이에 끼었다”고 보도했다. CNN은 “미국이 중국의 용을 찌르자 캐나다가 큰 화상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멍 CFO 체포를 지시한 미국엔 보복을 가하지 않으면서 제품 불매 및 캐나다인 구금 등을 통해 캐나다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CNN은 중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에 보복하는 건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드 보복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중국은 우리나라에 단체관광 금지, 한국산 물건 불매운동 등을 했지만 막상 사드 소유자인 미국엔 보복조치를 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가 지난 10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이런 ‘미 동맹국 때리기’를 두고 “중국이 무역지배력을 지렛대 삼아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려 한다”며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이 미국 산업에 실질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③SNS가 날뛴다=중국은 중화사상으로 대표되는 국수주의가 강한 나라다. 이슈가 발생할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불매운동도 강하게 일어난다. 여론을 들끓게 해 상대국에 더 큰 타격을 주는 방식이다. 사드 보복 당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는 한국산 제품을 불매하자는 글들이 올라왔다. 중국 네티즌은 웨이보에 한국산 자동차 불매를 외치며 차를 벽돌로 부순 사진을 올리기도 했고, 좋아하던 한국 연예인과의 ‘이별’을 선언하는 글을 올리며 반한 감정을 내보였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웨이보를 중심으로 캐나다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BBC는 “중국 소비자들이 돌체앤가바나 등 인기 브랜드를 불매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며 “현재 웨이보에선 캐나다에 대한 반발이 크다”고 보도했다.

④반드시 기업을 겨냥한다=중국이 보복을 가할 시엔 특정 기업을 중점적으로 노린다. 사드 보복 당시엔 롯데가 직격탄을 맞았다. 성주 사드 부지가 롯데그룹 소유였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3월 중국 당국이 롯데마트에 영업정지를 내려 중국 내 매장 112곳 중 지난달 기준 12곳을 제외한 나머지 매장들이 폐업하거나 매각절차를 밟았다.

화웨이 사태로 인해 가장 눈에 띄는 피해를 본 캐나다 기업은 의류업체 ‘캐나다 구스’다. 캐나다 구스는 중국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인 알리바바와 손잡고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화웨이 사태로 지난 15일 오픈할 예정이었던 내륙 1호점의 개장을 연기했다. 주가 역시 화웨이 사태가 터진 후 20%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⑤여행 막아 머릿수로 위협한다=14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답게 보복할 땐 머릿수로 밀어붙인다. 대표적인 게 바로 관광 제한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016년 7월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3월엔 중국에서 한국 여행상품 판매가 중지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중국인 관광객 수가 40% 줄었다. 또 당시 제주항공이 중국 교통운수부에 신청한 인천~어얼둬쓰(鄂爾多斯)와 인천~산터우(汕頭) 노선의 전세기편이 거부되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 조치로 인한 직간접 피해 규모를 최소 5조60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캐나다에선 아직까지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눈에 띄진 않지만 캐나다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까 봐 긴장하고 있다. 캐나다 여행사 악틱투어스의 윙프레드 개치는 “중국인 여행자들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며 “중국이 캐나다 관광을 제한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캐나다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68만여 명으로 이들은 1인당 평균 2400달러(약 270만원)를 사용했다.

중국 기술 굴기 상징 화웨이 … 미국 동맹국들의 타깃
화웨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22%)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중국의 ‘기술 굴기(?起)’의 대표 선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구축한 ‘안티 화웨이’ 전선에 핵심 동맹국인 영국·호주·독일·이탈리아·일본 등이 합류하고 있다. 명분은 국가안보 위협. 화웨이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고, 화웨이 장비를 통한 도청, 해킹, 통신 교란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2016년 미국 내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무단으로 메시지나 연락처 등을 뽑아가는 ‘백도어(backdoor)’가 발견된 적이 있다. 화웨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상 실수이며 중국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최근엔 미국과 동맹국들이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장비 공급 제한 등 조치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경제적 세력 확장에 서방이 공동 대응하는 모양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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