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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욱일기 제거는 검열이 아니다

예술이 위대할 수 있는 이유는 그 포용력에 있다. 예술은 인종, 민족 간의 차이와 갈등을 아우르고 계층 간의 높고 낮음을 허물며 남녀 간의 불평등한 구분을 녹여낸다. 예술은 인류를 가장 인간적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있으며 또한 양극의 대립을 하나가 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예술이 지닌 또 다른 힘은 파격에 있다. 예술가들은 기존의 틀을 깨고 부수는 파격을 본능적으로 지닌 사람들이다. 예술은 표현이기에 그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만 한다.

최근 한인타운 윌셔가에 위치한 로버트 케네디 스쿨 벽면에 제작된 욱일기 배경의 벽화로 인하여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관할 교육구가 한인단체들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벽화 제거의 입장을 취했으나 LA타임스의 예술의 표현 자유 옹호 기사 이후 '제거 보류' 쪽으로 국면이 다시 전환되어 버렸다.

일본이 전쟁 시 사용했던 깃발인 욱일기는 한국인에게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한인타운 복판의 욱일기 등장은 민족 정서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주류사회의 시각은 표현의 자유에 두루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벽화를 그린 화가는 햇살을 배경으로 삼아 그렸을 뿐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LA타임스는 "예술에 무지한 한인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예술 작품에 대한 검열이라는 논조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주류사회와 LA타임스 매우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벽화는 작가 개인의 표현이 무한대로 존중될 수 있는 예술의 영역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의 벽화가 학교라는 공공장소에 위치하고 있는 '공공미술(Public Art)'이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려는 듯하다. 공공미술은 동질 성향의 소수의 예술적 향유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거리의 대중을 위한 미술이며 무엇보다도 '장소'와 결합하는 예술이라는데 큰 뜻이 있다.

하필이면 왜 욱일기 문양인가. 이 벽화는, 작가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한인타운 복판에, 그것도 많은 한인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공립학교에 위치해 있고 이 지역(장소)의 주된 구성원인 한인들에게 민족적 아픔을 상기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논쟁의 주요 핵심 사항이 되어야 한다. 공공미술이 추구하는 공공성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는 대목이다. 검열이라는 개념은 더더욱 논리 비약이다.

1세대 위주의 한인단체들이 나서 교육구를 설득, 벽화를 제거하겠다는 발표를 이끌어 냈지만 LA타임스 등의 주류사회의 '검열' 논리의 벽에 부닥쳐 제동이 걸렸다. 이제는 관련 분야의 전문 2세 그룹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주류사회와 교육구를 상대하여 공공미술의 대의로 맞서고 그들의 검열 논리에 대응해야 하며 지지의 폭을 넓혀 영어권 2세들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이다. 대립보다는 남들의 시각을 포용하고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는 미국을 사는 시민으로서 늘 필요한 태도이다. 그러나 장소를 소통의 공간으로 간주하고 지역공동체 관람객의 참여를 요구하는 공공미술의 의의를 해치는 이 벽화가, 표현의 자유, 예술의 검열이라는 명분으로 필요 이상의 논란, 논쟁거리가 되고 있음은 온당하지 않다.

우리의 주장과 저항은 지속되어야 한다. 이제 2세들이 나서서 욱일기는 일본의 잔악한 범죄의 표상임을 저들에게 상기시키고 1세대들이 남겨 놓은 과제를 관철시키는 일이 남아 있다. 공공의 유익을 위한 공공미술의 대의가 우리 편에 서 있다.


이병임 /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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