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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었을 때 괴로운 금단현상이 오면 중독"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의 새해맞이 조언

김인순 객원기자
김인순 객원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12/26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8/12/25 13:12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는 '나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나를 도와줄 이웃이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된다고 조언한다.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는 '나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나를 도와줄 이웃이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된다고 조언한다.

스트레스 이겨내지 못해서
중독으로 빠지는 사람 많아

요즘 핫 이슈인 진통제 남용
한인은 통증 잘 견뎌내 다행

나만 힘들다는 생각 버리고
긍정적인 열린 마음 가져야


다사다난한 한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대대적인 집안대청소가 필요하듯이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차있는 우리의 정신도 한번쯤 점검해 봄직하다. 35년째 카이저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질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개인적으로 30여년 전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정신과 전문의로서 환자를 대할 때 변화는 무엇인가.

"그 때에는 배운 대로, 공부한대로 열심히 환자를 보면서도 정말 내가 잘 하고 있는지,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환자를 보면서 정신과 전문의로서 희망을 갖고 치료한다. 임상적인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 치료에 대해 우울해지기 쉽다. 다른 병과 달리 뚜렷하게 환자가 나아지는 걸 보기 힘든 경우가 많고 증세가 좋아지는데도 다른 질병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환자의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하는 전문의들도 인내가 요구되곤 한다.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임상경험이 많아질수록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환자를 대하게 되었다. 의사의 긍정적인 태도는 환자에게도 전해진다."

- 당시와 지금을 볼 때 정신과를 찾는 이유가 달라진 것이 있나.

"사람들은 현대사회에는 과거에 없던 정신질환이 많이 발병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큰 변화는 없다. 인간의 구조자체는 원시시대나 우주를 넘나드는 현대나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항상 인간인 것이다. 다만 그때는 의학이 발달되지 않아서 그 증세가 무엇인지 몰랐을 뿐이다. 30년 전에 가장 많았던 환자가 주의산만증(ADHD)이었는데 지금도 나의 환자 중에 여전히 많다. 그동안 큰 변화라면 의학적으로 좀 더 파생적인 정신적인 분야들이 밝혀져 더 세분화된 것이다. 주의산만증이 있을 때 우울증을 비롯해 불안증, 틱스 장애(Tics)와 특히 조울증이 따라 올 수 있다는 것이 그 예라 하겠다."

- 왜 그때나 지금이나 주의산만증이 많은가.

"여러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의학적인 연구는 계속 중이다."

- 특히 조울증이 많다고 들었다.

"과거에는 조울증의 진단이 내려지려면 적어도 4명의 전문의의 진단이 있어야 할 정도로 의사들도 일반적인 우울증과 조울증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일반 우울증일 때에 사용하는 항우울제를 조울증 환자에게 사용하면 치료가 안된다. 이때에는 정신안정제를 사용해야 한다. 지금은 정신과에서 조울증에 대해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굳이 여러 의사의 진단이 필요없게 된 것도 변화의 하나라 하겠다."

- 요즘 특히 한인들에게 많은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한인과 미국인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종종 듣는데 전문의로서 볼 때 미국이라는 같은 환경 안에 살고 있으면 미국인이나 한인이나 발생되는 문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물론 이민자로서 스트레스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인간의 정신적인 구조자체가 미국인들과 다를 것은 없다는 얘기이다. 자살하고, 부부의 불화로 배우자와 가족들을 총으로 쏜 후 자신도 죽는 등 극도의 정신적인 상태가 한인 이민자 뿐 아니라 미국인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포커스를 한인에게 두지 말고 개인에게 맞추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그 사람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다른 병들도 보면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들과 미국인들과 경계가 점점 없어지는 걸 통계로 볼 수 있다."

- 정신과에서 요즘 이슈는 무엇인가.

"중독 환자이다. 알코올, 마약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핫이슈가 되고 있는 진통제 특히 오피오이드의 남용으로 인한 중독 환자들이다. 마약성 진통제는 과다복용할 경우 당장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들이 중화제를 소재하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위급 상황일 때 중화제를 먹임으로써 위기를 면하기 위해서이다. 앞으로는 경찰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응급 조치들이 더 많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진통제 중독이 핫 이슈가 되고 있다."

- 어떤 사람들이 중독이 잘 되나.

"어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 왔을 때 이것을 적절히 해결하고 이겨낼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중독 환자가 많다. 중독의 진단은 두 가지로 내린다. 첫째가 점점 용량을 높여야 만족이 된다. 둘째는 끊었을 때 괴로운 금단현상이 오는 것이다. 이런 중독환자는 일반 정신과에서 사실상 완전 치료하기가 힘들다. 이럴 경우는 재활분야로 보내 입원한 상태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호전된 후에 본인의 굳은 의지가 없으면 다시 유혹에 빠져 중독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 매일 저녁 와인 한잔을 할 때에도 중독으로 될 수 있나.

"미국 문화는 물론 특히 한인들에게 술은 '나쁜 것' '위험한 것'이라기 보다는 잔치나 기뻐해야 할 때 찾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려고 가장 먼저 술을 찾는다면 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처음엔 와인 한잔으로 기분이 좋았지만 점차 두잔이어야 같은 효과가 온다. 이것이 알코올의 중독성이다. 정신과에서는 이같은 술의 중독성 때문에 술도 위험하다고 본다."

- 오피오이드 중독이 한인에게도 많나.

"개인적으로 볼 때 한인이나 아시안은 통증에 견디는 힘이 백인이나 흑인보다 강한 것 같다. 그래서 백인이나 흑인보다는 많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백인 여성들이 많이 응급실로 실려 온다."

- 요즘 가주에서 합법화된 마리화나도 중독되나.

"마리화나는 끊었다고 해서 금단현상이 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중독성은 없다. 그러나 마약성분이 뇌에 영향을 준다면 마리화나는 심리적인 영향을 끼친다. 에이모티베이션 신드롬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생명력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동기 유발을 심적으로 일으키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뭔가 열심히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것은 결코 건강한 삶이 아니다. 따라서 정신과에서는 마리화나도 어떤 특별한 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위험물질로 본다."

- 30년 전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 치료를 위해 접근하던 방법과 비교할 때 요즘 달라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과도 마찬가지겠지만 요즘은 환자를 진료할 때 어떤 한가지만을 원인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가족력을 비롯해서 외부적인 환경과 함께 종합적인 원인을 찾아서 접근하는 것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의사들의 접근 방법이라 하겠다. 그래서 더 올바른 진단을 내리기가 힘들고 복잡해졌다. 많은 임상경험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겠다."

- 정신적으로 건강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것인가.

"미국인이라고 해서 이민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매순간 겪는 삶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삶은 거의 비슷하다. 나만 더 많이 스트레스 받는다는 생각은 스스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 나만 힘들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고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누군가와 함께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혼자 해결하려하지 말고 '누군가 나를 도와 줄 이웃'이 있다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열린 생각을 갖고 다가가는 태도가 삶의 생기를 준다. 마음을 열고 부디 건강하고 밝은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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