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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낙천가가 많은 세상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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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8/12/27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12/26 18:44

먼지를 풀풀 날리며 트럭이 따라온다. 고속도로와 나란한 과수원 길을 달린다. 올해 끝물 가을걷이를 싣고 시원스레 달리는 것 같다. 가는 해가 오는 해에 윙크를 해도 그 뜻을 알 길이 없다.

지난해, 여섯이 둥글게 앉아 비빔밥을 앞에 놓고 얼굴을 마주해도 낯이 설은 노인들이라 자리가 서먹했다.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동의보감에 비빔밥은 젓가락으로 비벼야 맛이 난다고 했답니다. 숟가락은 밥알을 으깨기 때문인가 보죠."

그러자 말쑥하게 차려입은 조금 젊은 사람이 정색으로 나선다. "동의보감 어느 구절에도 그런 말은 없습니다."

주위가 썰렁해져 모두 비빔밥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마도 그 사람은 한의사거나 고지식한 학자였으리라.

70억 인류의 느낌은 다 다를 터이다. 농담도 받아줄 사람에 따라야 제값을 받나 보다. 받아줄 가슴이 있는지 가늠하기란 쉽지가 않겠다. 같은 사물도 때에 따라 좋게도 그렇지 못하게도 느끼니 낙천가도, 염세가도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오는 새해를 두 손 벌려 즐겁고 시원한 일들로 꾸며 꼽아보련다.

큰 틀은 국제적이다. 조국에 평화가 정착한다. 일본이 그들 과거를 반성한다. 중국이 어깨를 걸어온다. 미국이 독재를 견제하고 인권을 옹호한다.

작은 틀은 개인 문제다. 여행을 계획한다.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른다. 너에게서 믿음을 받는다. 손을 잡는다. 하찮은 미련과 버릇을 버린다. 속이 시원한 일도 많다. 땀을 흘리고 눈물 콧물을 풀어낸다. 몸에 있던 것들을 배설한다. 부스럼딱지를 떼어낸다. 씨를 뿌리고 물을 준다. 강아지와 걷는다. 집 앞마당이 깨끗하다. 간난 아기의 손가락을 세어보는 초보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시원하겠다는 상상도 해본다.

지난주의 비바람이 먼 뒷산에 첫눈을 선물했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새해엔 모든 일에 좋은 뜻을 부쳐주는 낙천가들이 많아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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