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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공완섭 / 칼럼니스트
공완섭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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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8/12/28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12/27 18:52

'10대는 성공한 아버지를 두었으면 성공, 20대는 좋은 학벌을 갖추면 성공, 30대는 좋은 직장에 다니면 성공….'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40대는 '2차'를 쏠 수 있으면, 50대는 공부를 잘하는 자녀를 두었으면, 60대는 아직도 돈을 벌고 있으면 성공이란다. 또, 70대는 건강하면, 80대는 본처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을 수 있으면 성공한 것이고, 90대는 전화를 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100세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말이 성공이지 그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은 삶, 행복한 삶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무릎을 치며 공감을 하면서도 뒤끝이 씁쓸한 얘기다. 다 맞는 말 같지만 성공한 아비 밑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금수저론' 이나 학벌과 돈, 이혼 여부 등이 성공한 인생의 잣대라는 점들이 그렇다.

유행하기 시작한 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은 이 농담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최근 한국 문화관광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요즘 한국인들은 30대까지 취업 걱정을 하고, 40대까지 결혼, 50~60대에 자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에 공부하고 30대에 취직하고 40대에 한창 돈을 벌어 남부럽지 않게 '2차'를 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지금까지의 연령별 성공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핵가족시대를 넘어 철저한 개인주의로 분화돼 가는 과정에 공동체 의식이 해체되고, 물질 만능주의가 결부되면서 생기는 복합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요컨대, 결혼은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라는 독신주의, 개인의 출세와 성공이 곧 공동선이라고 믿는 철저한 이기주의가 학업-취업-결혼-육아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라이프사이클을 구닥다리로 치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2차를 쏜다' '본처가 차려주는 밥상' 같은, 진부하지만 그 속에서 고리타분한 정이라도 느낄 수 있는 마음들조차도 조만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대체로 연령과 관계없이 일자리와 경제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수명과 여가시간은 늘어나는 데, 나이를 먹을수록 수입은 줄고, 정부의 노후대책은 기대에 못 미치니 나이와 관계없이 돈을 벌 궁리를 할 수밖에. 게다가 결혼과 출산, 내 집마련은 물론 꿈과 연애와 인간관계까지 포기할 수 있다는 이른바 '3포, 5포 세대'들에게 부모 부양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은 우물가서 숭늉 찾는 격. 때문에 어떻게든 자식들에게 부담 안 주고 자존감을 갖고 살려면 돈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은퇴시기인 50대 후반쯤 되면 돈 걱정이 절정에 이른다. 건강보다 돈이 우선이다. 만나면 다짜고짜 '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냐' '가진 재산이 얼마냐'라고 묻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염치불구 "돈, 돈, 돈…" 돈타령을 하게 하는 것이다.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국가나 사회가 제도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데 한계가 있고, 너무 늦다. 그나마 연금기금마저 고갈상태여서 10년, 20년 후까지 연금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조차 미지수다. 종국에는 인생 2막을 어떻게 행복하게 마무리할 것이냐는 건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죽기살기로 돈 벌어 자식 교육에 올인, 50대에 명문대 다니는 자식 두었다고 위세를 떨 게 아니라 심신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장례비를 커버해 주는 생명보험이라도 들고, 60대에 친구들에게 '2차'를 살 수 있고, 80대에도 돈을 벌어야 90대에 전화 한 통이라도 받을 수가 있다. 안 그러면 노후가 행복이 아니라 '고난의 행군' 이 될 것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니 나이를 먹어갈수록 성공적인 인생, 행복한 삶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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