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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시론] 한국적 시각에서 본 브렉시트

스테판 헤거드 / UC샌디에이고 석좌교수
스테판 헤거드 / UC샌디에이고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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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8/12/29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8/12/28 19:11

장기전으로 접어든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한국인에게는 다소 동떨어진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유럽 및 아시아의 정치·경제적 통합 방식이 각기 지닌 장단점과 관련해 몇 가지 교훈을 준다.

유럽식 통합 프로젝트=EU라는 기구를 만든다는 것은 처음부터 정치적이고도 전략적인 프로젝트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대적 관계에 놓였던 독일과 프랑스·영국을 중심으로 핵심적 협정들이 체결됐다. EU는 경제적 통합을 꾀할 뿐 아니라 회원국 간의 우호 증진과 항구적 평화를 추구하는 수단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EU의 정치·경제적 목표는 더 원대해졌고, 이제 EU는 여러 측면에서 사실상 하나의 통합된 나라처럼 보인다. EU 회원국 합의의 초석인 '네 가지 자유'는 물품, 서비스, 자본, 그리고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다. EU 회원국 국민은 EU 내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여행할 수 있고, 어디에서든 거주할 수 있다. EU는 단순한 관세 동맹을 뛰어넘는 야심 찬 정치 프로젝트다.

영국의 상황=바로 이 야심 때문에 영국의 여론은 심각하게 갈라져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하면서, 이 투표로 EU 잔류라는 결과를 얻어 자신이 속한 보수당 내의 심각한 의견 분열을 잠재우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6년의 투표에서 51.9% 찬성, 48.1% 반대라는 근소한 차이로 브렉시트가 가결됐고, 그 뒤 찬성 측이 이렇다 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영국 정부의 행보는 'EU는 탈퇴하되 혜택은 포기하지 않는' 절충안 모색이었는데, 이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는 없다. 메이 총리가 합의한 585쪽 분량의 탈퇴 협정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협정은 탈퇴 찬성파도 만족하게 하지 못했고, EU 잔류를 지지한 측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아시아식 통합의 장단점=동북아시아 지역은 냉전과 판이한 정치제도 등의 요인으로 인해 국제기구 형성이 불가능했고, 동남아시아의 신생 독립국들은 강력한 국제기구의 규제에 종속되는 데 거의 관심이 없었다. 강력한 국제기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아시아에서는 시장수요 중심의 통합이 쉼 없이 꾸준하게 지속하여 왔다. 그러한 통합의 선두주자 중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을 추구했고 점진적으로 외국인 투자도 수용했다. 또한 한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타 지역의 국가들과도 활발하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그러나 ASEAN이 행사하는 권한은 한정적이어서, 브렉시트에 결정적 촉매 역할을 했던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해서는 한계를 두었다. 따라서 아시아 연합기구 회원국들은 유럽과 비교하면 '데면데면한' 관계일 수는 있으나 그만큼 갈등도 덜 겪는다.

동북아시아 연합은 중국과 북한의 민주화 진전을 비롯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변화가 생긴 뒤에라야 현실적인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그래도 한·중·일 정상회담 등 보다 빈번한 교류를 통해 한층 긴밀한 통합을 추구하는 정치적 합의는 상상해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북한과 주변국의 관계가 발전하면 북한은 한국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큰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현재 한구은 북한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여론의 대립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브렉시트로 거의 나라가 마비되다시피 한 영국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데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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