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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신년기획]미국식 효도문화, “한국보다 낫다”

김옥채 기자
김옥채 기자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1/03 13:23

노인계층 부양책임 국가가 부담
생계곤란 부모, 노인 돕는 문화도 “당연시”
부모 부양 문제로 가족간 소송도 “전무”

기해년을 맞은 워싱턴 한인사회의 화두는 ‘고령화’다. 한인들은 대체로 미국인과 달리 미국에서의 경제활동 연한이 짧고 과도한 자녀교육 투자로 인해 은퇴준비가 부실하다. 자영업 비율이 많은 한인들은 갑작스러운 은퇴를 맞기도 하고, 자녀들이 집을 떠난 가운데서, 노부부만이 아무런 준비없이 텅 빈 집에 남기도 한다.

한인 노년들은 아직까지도 “자식들이 보살펴 주겠지”하는 기대를 은연중에 갖고 있다. 실제로 노부모를 봉양하는 한인 1.5세대, 2세대들도 적지 않으나, 과반수 이상의 1.5~2세대 한인들은 부모들의 생활을 책임질 “여력도, 의사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다.

각박한 미국사회의 현실 때문일까? 아니면 미국식 풍습이 한인 자녀들의 생활에 녹아들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일반적인 고정관념과 달리 미국인들의 효도 문화가 동양식 유교관습 못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메사츄세츠와 노스 캐롤라이나주는 부모의 부양을 거부하는 자식에 대해 강제집행 및 징역형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률까지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단 노인계층 부양책임을 국가의 책임으로 한정한다. 웰페어 신청시에도 노인의 재산과 소득수준만 볼 뿐 자녀의 학력과 소득수준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자녀에게 부양의무 책임을 묻지 않아서다. 그렇다고는 해도, 부모의 생계가 곤란하다면 자녀가 돕는 걸 당연시하는 문화도 분명히 존재한다. 부모 봉양문제를 놓고 한국처럼 소송사태까지 가는 일을 거의 찾을 수 없는 것도 이때문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노인계층의 경제력이 젊은 세대보다 훨씬 높다. 경제력이 뒤쳐지는 자식세대에게 부양의무를 부과하기는 힘들다.

전국은퇴자연합회(AARP)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금융계좌 잔액의 67%를 50세 이상이 소유하고 있다. 60세 이상의 순자산이 30대부터 50대까지의 자산과 맞먹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평균 주택소유율은 60% 이지만, 60세 이상은 78%에 달한다. 경제력이 뒤쳐지는 자녀세대가 경제력이 훨씬 앞서는 부모세대를 부양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 노인은 경제적 강자이면서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해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등 전국 36개주에서 각종 보호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의 금융계좌에서 약탈 등이 의심되는 행위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사기사건의 60% 이상은 60세 이상 시니어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경제력이 가장 높은 반면, 인지능력과 자기보호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피해가 많은 것이다.

메릴랜드 주법(Md. Code Ann. Fam. Law. §14-302(a))상 모든 형태의 금융업 종사자는, 65세 이상이거나 65세 이상으로 생각되는 노인, 그리고 지체장애 성인의 금융계좌에 이상징후를 발견할 경우 관계당국에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 이 법률은 어떠한 형태의 금융계좌 공개금지법률에도 불구하고 시행해야 한다. 또한 메릴랜드의 의료기관종사자와 경찰관, 사회복지서비스 종사자도 노인학대, 금융약탈 등의 징후 포착시 즉각적으로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버지니아 주법(Va. Code Ann. §63.2-1606(A))상 60세 이상 노인과 18세 이상의 장애인의 금융계좌에서 금융약탈이 의심되는 징후가 포착시 모든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 종사자 등도 노인 등의 학대가 의심될 경우 지체없이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반면에 한국은 부양의무자 제도가 부분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법률로 정한 소득과 재산 기준에 미달돼 생계가 곤란한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생계, 주거, 의료, 교육, 기타 현물지원을 하는 기초수급대상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소득이 충분한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부양의무자에는 1촌직계혈족 즉 자녀와 그 배우자, 며느리와 사위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한 자식이 부모의 부양을 거부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없기 때문에 제도적인 헛점으로 남아있다.

부양권을 찾기 위해서는 민법상의 소송을 통해 구상권을 얻을 수 있지만, 부모자식간의 도리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부양의무자제도는 껍데기만 남은 유교적 관습에 기대, 국가가 저소득 노인들에 대한 지원 책임을 가족에게 돌리는 전근대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노년 빈곤층 비율이 49%에 달해 국가와 자녀세대가 어쩔 수 없이 부양의무를 나눠지는 형태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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