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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사춘기 아이들의 자살 충동

14살의 필리핀계 소녀가 엄마와 함께 왔다. 지난달에 자살 위험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는데, 갑자기 어제부터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단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너는 달리는 차 앞으로 뛰어들어서 죽어야 해!"라고 명령을 하고, 또 다른 여성의 목소리는 "너는 이 집안에서 없어져야 해"라고 한단다.

우울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인 11살 때부터였단다. 머리가 비상해서 14살에 대학에 입학하였단다. 20세의 언니도 공부를 잘해서 월반을 했지만, 고교 시절 심한 우울증으로 고생을 하였단다. 지금은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고, 우울증도 치료가 되었다고 했다. 소녀의 현재 성적은 모두가 A이고, 단 한 개의 B 학점이 있을 뿐인데 그녀는 부모의 기대에 너무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살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어느 유명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그녀의 엄마와 아빠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압박을 너무 주지 않았나?"하고 생각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언제부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니?"



"1년쯤 되었어요. 11살 때부터 밤에 잠들기가 힘들고, 학교에 가는 것도 불안하고 제가 자꾸 죄인같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어떻게 한 과목 빼고서 모두 A 학점을 받을 수 있었지?"

"그건 다른 활동들은 모두 중단하고 학교 수업에만 모든 시간을 쏟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모두 저를 떠났어요. 너무나 비참해서 부엌칼로 저를 찔러서 죽고 싶었지만 칼을 든 순간 겁이 났어요. 언니가 칼을 달라고 해서 언니에게 주었어요. 그때 처음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거에요. 퇴원 후에는 어빌러티와 프로잭을 같이 쓰면서 조금 나아진 듯했는데, 갑자기 환청이 들리는 바람에 너무 놀랐어요."

항정신제인 어벌리티의 용량을 어제부터 5mg에서 10mg으로 올리라는 의사의 지시를 따랐더니 환청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엄마의 응원을 요청하듯 쳐다본다.

가족력을 물어보니 엄마도 청소년기에 집 주위 산의 절벽근처에만 가면 뛰어내리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서 기겁해 달아나곤 했었단다. 자신의 두 딸이 심한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것도 자신의 유전인자와 관련된 과거력과 관계가 있을 듯하다고 했다.

요즈음 청소년들의 자살 기도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특히 14세부터 17세 사이에서 생기는 자살 기도는 과거에 비해서 200%가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환자처럼 사춘기가 시작되는 10~11세 경에 자녀들이 잠들기를 힘들어하든지, 반대로 너무나 많이 잘 때, 공연히 식욕이 없어지거나 너무 많이 먹어댈 때, 밖에 나가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을 때, 친구를 못 사귀고 학교 가기를 피할 때, 주위 어른들이나 소아과 의사가 다음과 같이 물어볼 수도 있다. "가끔 잠들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느낀 적이 있니?" "내가 없어지면 우리 집안이 편해질텐데라고 느낀 적이 있니?"

이런 심정을 표현하는 순간 도움의 손길을 선생님이나 부모님, 전문인들과 함께 찾아낼 수 있다. 도움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그들의 감정을 진정으로 경청해주고 받아들여 주자. 감정을 받아들여 주는 것은 그것에 찬성하는 것과 다르다. 그들도 자신의 파괴적인 감정을 누구인가가 비판 대신에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면, 이성을 되찾아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죽고 싶을 만큼 어려운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은 내가 나쁜 아이이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해결하는 방법을 못 찾았기 때문이며, 주위에서 도움을 통해서 희망의 길이 있음을 믿게 해주자,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을 전공한 상담가, 가정치료사 등이 새로운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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