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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900일' 70개국 세계일주

제주도 가족 '토토 패밀리'
1억 모아 2년 7개월째 여행
캐나다 거쳐 종착지 LA 도착

카자흐스탄서 한겨울 눈속 고립
아내 말라리아·딸 댕기열 극복
현지 배추로 김장·한끼는 한식
유투브로 연재·책 집필도 준비

2년 7개월째 세계 여행 중인 한인 가족. 통근버스를 개조한 캠핑카 '아톰버스' 앞에서 곽국배(50)씨, 미주(13·딸), 재욱(19·아들), 박경남(46·아내)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김상진 기자

2년 7개월째 세계 여행 중인 한인 가족. 통근버스를 개조한 캠핑카 '아톰버스' 앞에서 곽국배(50)씨, 미주(13·딸), 재욱(19·아들), 박경남(46·아내)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김상진 기자

오늘(10일)로 거의 900일째다. 제주도 귀촌인 곽국배(50)씨 가족은 3년 전 7월 26일 강원도 동해항을 출발해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 항을 거쳐 러시아, 몽골, 유럽, 아프리카, 남미, 북미 등 5대륙 70개국을 여행했다. 주행 거리만 8만 마일. 통근용 소형 버스를 개조한 캠핑카 '아톰버스'로 전 세계를 다니다 캐나다를 거쳐 지난 8일 종착지인 LA에 도착했다.

여행단 이름은 아들의 태명에서 따와 '토토 패밀리'로 지었다. 그리피스 천문대 인근 마트 주차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곽씨와 아내 박경남(46)씨, 아들 재욱(19)군, 딸 미주(13)양과 함께 LA탄생지인 푸에블로 역사공원과 스키드로, 할리우드 등을 투어하며 인터뷰를 했다.

-가족 세계여행…. 솔직히 무리 아닌가.

"누구나 가족 세계여행을 꿈꾼다. 꼭 해야할 1가지 이유와 99가지의 포기할 이유가 있다. 독일에서 만난 어떤 가족 여행자들도 나와 같은 소리를 하더라. 완벽한 일정과 계획한 여비를 다 갖추고 떠나려면 힘들다. 도전하고 싶다면 기한을 정하고 일단 떠나라."



-다들 먹고 살기만 해도 힘들다고 한다. 여비는.

"2011년 제주도로 귀촌해 카페와 민박을 운영했다. 여행 출발 5년 전부터 돈을 모았다. 수학과 피아노 등 아이들에게 들어가던 일체의 사교육을 중단했다. 수입의 10%를 여행비로 무조건 모았다. 당시 제주도 귀촌 붐이 일어 부동산 중개일을 하던 아내의 수입이 늘어난 것도 한몫 했다. 가족 여행 경비를 하루 10만원으로 계산해 1억원을 모았다."

-왜 세계여행인가.

"외국계 마케팅 회사에서 15년간 일하면서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청년 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유럽과 아프리카를 여행한 적도 있다. 아이들이 자립해 세계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학교도 휴학했다. 대신 세계유네스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와 세계의 문화를 살펴보러 떠났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독립 운동 유적지도 탐방했다."

-어디가 인상적이던가.

"에티오피아 다나킬 화산 투어다. 캠핑카에서 내려 배낭을 메고 수 킬로미터를 걸어가 팔팔 끓는 화산을 봤다. 경이롭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도 인상적이었다. 해발 4000미터에 위치한 수도로 케이블카들이 대중교통인 전철 역할을 했다. 아프리카 보츠나와에서는 주민들이 집에 전기 울타리를 치고 살았다. 코끼리 등 야생 동물이 주인인 마을이었다."

-세계 곳곳이 위험지다.

"러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일부 지역은 치안이 불안했다. 러시아에서는 차를 세워두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잤는데 괴한이 야구방망이로 차량 앞유리를 깨고 캠코더와 아이패드를 훔쳐 갔다. 이스라엘에서는 낮에 누군가 차량 창문을 부쉈다. 한겨울 카자흐스탄을 지날 때는 차축이 돌부리에 부딪혀 깨지면서 차량이 주저앉았다. 영하 10도에 바람이 태풍처럼 불었다. 핵폭탄 실험을 했던 지역으로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았다. 다행이 현지인이 이틀만에 우리를 발견해 구조해 줬다. 아프리카에서는 아내가 말라리아에, 딸이 뎅기열에 걸렸다."

-밥은 어떻게 하나.

"차량에 전기 패널이 있어 가스랑 물만 있으면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한 끼는 꼭 한식을 해 먹었다. 젓갈을 가지고 다니며 현지 배추로 김장을 했다. 된장과 고추장만 있으면 대강 한식을 해먹을 수 있다.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 한인 마트들이 있었다. 어느 한인은 지역 반군이 들이닥치면 금괴를 장독에 숨긴다고 했다. 한인들의 도전 정신과 끈기에 놀랐다."

-가족이라도 미울 때가 있을텐데.

"각각 역할 분담이 있다. 나는 운전과 차량 정비다. 하지만 아내가 지칠 때 내가 요리도 해야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다. 두 아이는 사춘기다. 오가는 말, 단어 하나에도 다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겨울 영하 17도인 차량에서도 잠을 자야 했다. 가족의 체온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

-아이들도 걱정이 있을 것 같다.

"아들은 올해 한국 나이로 20세다. 여행 중에도 수학 강의를 다운받아 혼자 공부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진로에 대해 묻고 있다. 딸은 친구들과 소원해진 것 같아 속상해한다. 돌아가 중학교 검정고시를 쳐야한다."

-향후 계획은.

"두 아이가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 유튜브에 '토토패밀리 캠핑카세계여행'이란 이름으로 올리고 있다. 현재 30여 편 연재했는데 100편 정도 제작할 것 같다. 나에게 이번 여행은 워밍업이다. 인생 2막이 제주도 귀촌이었다면 이제 세계여행가로서 3막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로 돌아가 여행 기록을 책으로 정리할까 한다. 또 인생학교를 열어 여행에서 배운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토토패밀리는 10일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떠난 뒤 다시 LA로 돌아와 이달 중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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