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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홀로 떠난 여행길에서

박유선 / 수필가
박유선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1/1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1/10 21:31

언젠가 꿈의 초록 상자에 담아 두었던 이루지 못할 것 같던 로망 하나가 홀로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이었다. 올해만 해도 여러 번에 걸쳐서 멀리는 알래스카까지 여행했다. 그러나 그 여행들은 항상 동행이 있었다. 그것도 재미있지만 혼자만의 여행도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

50년 해로한 그이가 아직도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한다. 넘치게 잘하다가도 때론 어찌해야 할지 방법을 모른다더니 정말 그래서 그런지 속상하게 한다. 어떤 견해 차이로 그이에게 크게 삐친 난,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마침 신문광고를 보고 덜컥 여행 예약을 했다. 이번 여행엔 아마도 나를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걸. 우린 LA로 이사 온 지가 오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그만큼 자유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혼자 상상의 날개를 폈다 접었다 했다. 결국 이번 여행은 내 가정과 삶을 지키기 위한 한 방편이었다.

아뿔싸! 그런데 여행 그룹은 50명 중 10여 명이 내 팬이라고 한다. 신문 구독자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숫자다. 아마도 15년이 넘게 신문에 기고하고 있으니 그들이 먼저 나를 알아본 것이리라. 과거 하와이나 멕시코 여행길에서 몇 안 되는 사람을 만나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아마 그것이 신문이 가진 큰 힘이 아닌가 싶다.

혼자 다소 우울한 기분으로 떠난 여행길인데, 그만 뜻밖에 여러 팬들을 만나는 바람에 우리는 얼마나 재미난 시간을 같이했는지 참으로 기분 좋은 추억이 되었다. 레이크 타호에서 긴 시간 배 타고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며 나누던 부담 없는 파안대소의 시간들. 또한 홀로 떠난 여행이라 모르는 분과 방을 같이 써야 하는 첫 경험을 어쩌나 했는데, 그녀 역시 내 팬이며 아주 신앙이 돈독한 따스하고 이해의 폭이 넓은 분이었다.

어떤 팬은 '여자도 이렇게 혼자 여행을 올 수도 있구나' 하고, 어떤 분은 '어떻게 혼자 오지요?' 하기도 한다. 결국 나는 현자도 성자도 아니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 용감하게 길을 나섰다. 혼자인 내 옆에 누군가가 같이 가자고 와서 앉았다. 여행 내내 그녀가 나를 챙겨주었다. 점심을 거른 나에게 이것도 드세요, 또 이것도 맛있어요 하면서. 작별 인사를 하며 '신문에서 선생님 글로 만나요' 하는 걸 보니 그녀 역시 내 팬이었나 싶다. 고맙다.

그 후 다른 여행에서도 모뉴멘트 밸리에서 그이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 앤텔롭 캐년 그 아름답고 신비한 곳에서 코를 빠트리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아는 필랜에서 온 부부가 우리를 계속 사진 찍어줬다. 그 부인은 가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앤텔롭캐년에서, 내 옷 주머니를 살피며 지퍼 있는 주머니에 현금과 카드를 넣으라고 도와주던 그 따스함이 묻어나던 아름다운 부부가 종종 생각난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은 조물주가 아름답게 창조한 넓은 세상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시원해지며, 생각이 정갈하게 정리가 되며 깊고 넓어져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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