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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오른쪽'이 어느 쪽입니까

[LA중앙일보] 발행 2019/01/1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1/14 18:44

# 어렵지 않은 질문 하나 할게요. '오른쪽'이 어느 쪽을 말하는 겁니까?

왼쪽의 반대라고요? 그럼 왼쪽은? 오른쪽의 반대. 그런 식이면 개념이 돌고 도니까 '정의(definition)'가 아니지 않습니까.

머릿속에 뭔가 뭉게구름처럼 떠오르긴 하는데… 딱히 뭐라고 답하지 못하겠다고요?

오늘(2001년 1월15일)은 '디지털 시대'의 선언적 사건이 벌어진 날이다. '위키피디아(Wikipedia)'가 시작된 날.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고칠 수도 있는 사용자 자발적 참여의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도서관 서고에서 압도적 분량으로 도도한 위엄을 보여왔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글로벌세계 대백과사전 등이 그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위키피디아에게 양도했다. 각 언어별 판이 따로 존재하며 문서 수는 전체 언어판을 다 합치면 2000만 개가 넘는다.

마치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백과사전파) 원고료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 6만8000여 개 항목을 갖춘 근대 최초 대규모 백과사전이 탄생한 것을 보는 듯하다. 이론적으로 이 백과사전 한 질만 있으면 당시 문명을 통째로 재건해낼 수 있었다.

현대는 백과사전을 손 안에 쥐고 사는 세상이다. 손 안에서 문명을 지을 수도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 문제는 사전(事典) 안에 사전(辭典)이 들어가면서 단어의 명료한 개념이 뭉게구름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사전(事典)은 사물이나 사항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를 자세하게 기술한다. 사전(辭典)은 어휘를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를 제시한다. 30년 전만 해도 세상은 辭典(dictionary)이 단연 우세했다. 事典(encyclopedia)은 도서관에만 존재했다. 하지만 이젠 단어의 존재감이 너무 가벼워져서 대양에서 표류하는 신세다.

다시 '오른쪽'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북쪽을 향하였을 때의 동쪽과 같은 쪽'. 네이버 국어사전에도 종이 사전도 같은 뜻이다. 그런데 낯선 곳에서 나침반 없이 북쪽의 방위감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북쪽 방위감각이 없다면 오른쪽도 없는 셈이다.

위키피디아에게 물었다. 국어사전과 같은 뜻에 추가로 "거울에 비친 상은 왼쪽과 오른쪽이 바뀐 것이 아니라 앞과 뒤가 바뀐 것/ 예로부터 여러 국가나 문명에서 오른쪽이 왼쪽보다 선호/ 서울의 많은 지하철역(일부 제외)에서 내리는 문은 오른쪽/ 한국의 택시는 승하차시 오른쪽 문을 이용" 등의 많은 지식과 정보가 나온다. 만일 익숙지 않은 생판 처음 들어본 단어를 '입력'했더니 저렇게 많은 '출력'이 나왔다면 고맙기는커녕 때론 난감하다.

단어는 생겨나기도 소멸하기도 한다. 또 의미가 변하기도 한다.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어 가는 1995년 출판사 사전출판부의 이야기를 담은 '배를 엮다'라는 일본 소설에서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싶다는 건 누군가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싶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건 타인과 연결되고 싶다는 욕망이라고 했다. 제목을 암시하듯 '단어들은 바다와도 같다. 사전은 그 바다 위에 뜬 한 척의 배 그 배로 바다를 건너며 자신의 마음을 적확히 표현해 줄 말을 찾는다'라고도 한다.

백과사전류의 검색 지식이 단어의 참 뜻과 기능을 밀어내고 있는 세상 종이사전의 '좁은 세상'이 그립다. 망망대해 어마어마한 정보의 파도가 밀려오면 멀미하게 되지만 종이사전 바다는 그렇지 않다. 그 '종이 맛'처럼 모든 단어는 부드럽고 촉촉하게 담겨있다.

# '오른쪽'에 대한 새롭거나 참신한 정의. '시계의 문자판을 보고 섰을 때 1시에서 5시까지가 있는 쪽' '숫자 10에서 0이 있는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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