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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최고의 복(福)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1/15 미주판 26면 기사입력 2019/01/14 19:00

교회는 새 해 첫날부터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거행하며 성모님을 공경한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 성모님이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건강과 경제적인 안정과 세상의 평판을 복(福)이라 생각하고 그것들을 빌어주지만, 성모님은 그런 것들을 넘어선 최고의 복 곧 '축복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품었다. 만약 우리가 성모님처럼 세상의 복이 아닌 하느님을 품는다면,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갈라 5,22)를 누릴 것이고 그 향기가 내 가족과 이웃에게 두루 퍼져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품고 하느님을 낳을 수 있도록 빌어줘야 할 것이다.

성모님은 '천주의 모친'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하느님의 어머니'란 칭호는 성모님께 드리는 극존칭인데, 알고 보면 이 칭호는 성모님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라, 성모님 품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님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다'는 말은, '성모님께서 낳으신 아기 예수님이 하느님이시다'는 신앙고백이다. 이렇듯 '하느님의 어머니'란 칭호는 분명히 성모님 품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님께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럼에도 예수님을 품으신 성모님을 간과할 수는 없다. 성모님은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을 가능케 하셨기 때문이다. 그분 안에서 새로운 만남이 엮어진다.

'하느님을 발견한다'는 측면에서 루카복음 2,15-21절의 '등장인물'들을 눈여겨보자. 목자들, 마리아, 요셉, 아기 등 하나같이 보잘 것 없는 인물들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실 때 택했던 인물들이란 이렇듯 보잘것없는 인물들, 일명 '변두리 인생'이었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체험한 하느님'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새 해 첫날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올 한 해 우리도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가르치는 것이다. '때'를 눈여겨보자. 밤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곁에 오신 것은 일명 잘나갈 때가 아니라, 상처받고 소외되고 캄캄한 어둠일 때였다. 죄와 죽음의 그늘 속에 앉아 있는 우리에게 생명의 빛을 주기 위해서 빛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밤에 태어나셨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주목해 보자. 목자들은 천사의 말을 듣고 자신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베들레헴으로 달려갔다. 이처럼 메시아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을 떠나야 한다. 곧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새롭게 이해하고, 새롭게 듣고, 새롭게 만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성모님은 비천한 목자들의 말이라고 해서 흘려듣지 않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하셨다. 바로 이런 태도가 메시아의 만남을 깊게, 또 새롭게 한다. 올 한 해 우리도 구유 주변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끊임없이 관상(觀想)하셨던 성모님을 본받아,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 그렇게 할 때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갈라 4,7)라고 불릴 것이다.

park.p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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