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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예수와 부처의 축구경기

김완신/편집국 부국장

구한말에 선교사로 한국을 찾았던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는 당시 한국사회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적고 있다.

"한국인들은 생활은 유교적인 관습이 지배하고 철학적인 사고는 불교에 근거하고 어려운 일을 당하면 무당을 찾는다."

짧은 감상이지만 다종교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말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다종교 사회다. 다종교 사회에서는 종교간의 갈등이 없다. 전통 종교인 불교가 뿌리 깊게 자리한 사회에 이후 전래된 기독교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 양대 종교를 이뤘지만 두 종교간의 알력은 없다.

같은 종교내에서도 종파간의 분규로 유혈사태까지 발생하는 국가들이 많지만 다종교적 특성을 지닌 한국에서는 이같은 분규가 드물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독교와 불교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공직자들과 목사가 공적인 자리에서 기독교를 옹호하고 불교를 배척하는 발언을 해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쉽게 가라 앉을 것 같지 않다.

종교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절대성'이다. '이 길만이 유일한 진리'라는 확고한 믿음이 없으면 종교가 성립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절대성이 타종교에 대한 우월감이나 배타적인 태도로 표출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80년대 중반 추첨으로 고등학교를 정하던 시절에 사촌 여동생이 불교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배정 받았다. 여동생은 기독교를 믿기 때문에 그 학교를 다닐 수 없다며 한동안 부모의 애를 태웠다.

여동생은 "교회의 목사님이 불교를 믿으면 지옥에 간다고 말했다"며 등교를 거부했었다. 사춘기 소녀의 가슴에 '불교는 지옥'이라는 지워지지 않는 등식이 새겨진 것이다.

세계 종교사에서 서로 다른 종교가 통합한 경우는 거의 없다. 선대의 종교가 후대 종교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 합쳐질 수는 없다.

종교간의 통합을 보여준 사례는 시크교에서 찾을 수 있다. 16세기 시크교 창시자 구루 나나크는 인도에서 이슬람교와 힌두교의 반목이 계속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두 종교의 통합을 주장했다. 힌두교인과 이슬람교인이 대립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그가 사망하자 장례식을 놓고 두가지 의견이 충돌했다. 제자들은 힌두교식 화장과 이슬람식 매장을 각각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나크는 자신이 죽으면 한편에는 힌두교 꽃을 다른 한편에는 이슬람 꽃을 꽂고 다음날까지 꽃이 시들지 않은 편의 방식대로 장례를 치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두 꽃 모두 시들지 않았고 나나크의 시신만 홀연히 사라졌다. 믿기 어려운 설화지만 종교간의 화합과 평화를 우화적으로 보여준 사례다.(오강남의 '세계종교 둘러보기' 인용)

얼마전 한국에서는 목사 신부 스님들의 축구대회가 열렸다. 높은 벽을 쌓고 있던 각 종교간의 화합을 보여준 뜻 깊은 자리였다. 경기는 승부에 관계없이 시종 화목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들 종교들이 '통합'은 안되지만 '화합'할 수는 있다는 것을 작은 축구공 하나로 보여준 행사였다.

종교별로 성직자들이 팀을 나누어 진행되기는 했지만 '예수의 센터링을 받아 부처가 슈팅하는' 아름다운 현장이었다.

지금 칼럼을 쓰고 있지만 '예수의 센터링을 받아 부처가 슈팅하는'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 '예수님이 주역이 되어 골을 넣어야지 왜 부처님이 슈팅을 하느냐'고 반문할 기독교인이 있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 그렇지만 그런 기독교인은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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