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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시론] 북핵 돌파구, 미국이 움직일 차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진정으로 북한과의 협상 교착상태를 돌파하길 원한다면 의외로 단순한 해결책이 있다. 북한이 실제로 하는 말을 귀담아듣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의 교착 상태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근본적으로 서로 다르게 해석한 데서 비롯됐다. 양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한다"고 합의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굳건하고 변함없는 약속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워 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일부의 생각은 달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는 표현으로 바꾸려고 애써 왔다. 반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논평은 워싱턴이 합의를 본질에서 왜곡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더 나아가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남북한 영토뿐 아니라 주변 지역으로부터 조선반도를 겨냥한 모든 핵 위협 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신들이 규정하는 비핵화를 정의했다. 북한의 말을 경청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은 미군이 핵전략 자산을 북한의 영토나 주변 지역에 전개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요구한다. 이는 북한이 수년간 요구해온 것이며 폭격기·잠수함, 그리고 어쩌면 항공모함을 포함할 수 있다. 그래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과 미국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공동의 과업임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뻔한 얘기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 언론은 북한이 하려는 말을 대부분 놓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노력을 공격하고자 형편없이 잘못 해석했다. 자주 등장하는 매파 비평가들은 북한이 드디어 핵무기 포기 의사가 없다는 진의를 드러냈다고 선언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난 것 자체가 처음부터 순진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북한의 입장을 아주 분명하게 알렸다. 연설은 경제발전을 통해 북한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익숙한 표준 문안으로 채워지긴 했지만, 김 위원장은 워싱턴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며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만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하는 기회로도 활용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향한 길의 발판으로 제재 완화라는 일종의 '상응 조치'를 원한다고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트럼프가 일방적인 요구를 밀어붙이면 '새로운 길'을 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정은의 입장이 되어 보라.

고백하건대 나는 과거 한국의 접근법에 상당히 회의적이었지만 솔직히 내가 틀렸다고 인정한다. 내가 '문의 기적(Moon Miracle)'이라고 부르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경제·군사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북한과 대화를 선택한 점이다. 이런 노력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의 중단, 비무장지대(DMZ) 긴장 완화 등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

미국도 일방적으로 북한에 미국을 억지할 '유일 무기'를 포기하라고 압박하지 말고 "우리가 더는 북한에 위협이 아니다"라고 먼 미래까지 신뢰하도록 보장하는 접근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과 같은 접근법으로 북한과 작은 상호관심사를 해결하는 노력을 통해 본질적인 신뢰구축의 여건을 조성한다면, 비핵화의 돌파구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국엔 관계 정상화로 갈 수 있다.

미국이 움직일 차례다.


해리 J 카자니스 / 미국 국가이익센터 방위연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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