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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기해년에 순교한 천주교 신자들

2019(기해)년을 '황금 돼지띠' 해라고 덕담을 한다. 12년 전 2007(정해)년 때엔 '붉은 돼지띠' 라고 덕담을 하더니 올해는 황금 돼지로 덕담이 크게 격상되었다. 앞으로 12년 후엔 또 어떤 돼지로 덕담이 나올까?

요즘 한국에는 저출산으로 미래가 크게 걱정된다는데 황금 돼지띠를 맞아 복동(福童)이 아기들을 많이 출산했으면 좋겠다.

예로부터 우리네 조상들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고사를 지냈다. 고사 상(床)에는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정성껏 절을 하며 시작하는 일이 잘 되기를 빌었다. 돼지는 몸집이 풍요하고 다산(多産)하는 동물이니 길상(吉祥)이라 여겨 신(神)에게 제사를 올릴 때에 복(福)을 염원하면서 고사의 제물로 택했던 것 같다.

돼지는 인간을 위해 온몸을 다 주고, 죽어서도 고사 상의 웃는 얼굴로 고액권의 지폐를 입에 물고, 고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웃어야 복이 온다(笑門萬福來)'는 뜻인가?



제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게 된 기원은 옛 고구려의 만주지방에선 사람이 죽으면 돼지를 잡아 '관' 위에 올려놓고 망자(亡者)의 양식(糧食)으로 바치는 관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현대 의학은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결합하는 기술을 한창 연구중이다. 이것을 '키메라(Chimera) 배아'라고 한다. 키메라는 사자의 머리, 양의 몸통, 뱀의 꼬리를 가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이름이다.

'키메라 배아'는 돼지의 긴 자궁 속에 인간의 줄기세포를 주입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장기를 배양하는 기술이다. 돼지의 몸을 통해 만들어진 장기가 인간의 질병치료와 수명연장이 된다면, 돼지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머지않아 "황금돼지님, 감사합니다" 이런 인사를 드릴 때가 오지 않을까!

1839(기해)년엔 천주교도들에 대한 박해와 대학살이 있었다. 이를 기해사옥(己亥邪獄)이라 한다. 당시 500여 명이 체포되었지만, 배교자들은 훈방되고 프랑스 신부 3인을 포함하여 118명이 투옥되고 처형당했다. 헌종실록에 의하면 69명이 순교(참수)당했고 49여 명은 훗날 옥사와 병사로 기록되었다.

이런 어수선한 조선 말기 때, 경주지방에 기상천외한 행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해학가가 있었다. 춘강(春岡) 정만서(鄭萬瑞)이다. 그는 현릉참봉에 제수되었지만 관직을 팽개치고 한평생 평민과 더불어 살면서 부자와 관료들의 횡포에 맞서고, 풍자와 재치, 임기응변과 기행으로 소담(笑談)을 항시 유발하며 다닌 괴짜 중에 괴짜로 만화처럼 살았던 위인이었다.

정만서는 양반 가문의 후예로 천재적인 두뇌와 재주를 지녔지만 문란한 시국을 기행으로 일관했다. 하루는 그가 시장 바닥에서 땅을 치며 종일 통곡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슬피 우는 연유를 물으니 "여기있는 사람들 모두 죽어서 지옥에 간다! 그게 너무 슬퍼서 운다" 는 것이었다.

"늙어서 죽지않을 놈 어디 있느냐? 죽는 것도 서러운데 지옥으로 떨어지다니!" 대성통곡하니, 시장통 인파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저 박장대소를 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참수당한 순교자들의 제사에 참석하여 유가족을 대신해 곡(哭)을 해 주기도 했다. 이러한 기행을 통해서 순교자 가족을 위로하고 또 천주교를 전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한국 천주교회사의 성인(聖人) 103위 중, 69위가 기해사옥(기해년 박해)때 순교를 당한 분들이다. 인류를 위해 살아서도, 죽어서까지 희생하는 돼지, 이젠 황금돼지로 그 가치를 높여야 할 것 같다. 신앙의 절개를 끝까지 지켰던 기해사옥의 순교, 기해년을 맞으면서 그들의 넋을 기리며 추모하고 싶다.


이보영 / LA민주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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