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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바람의 언덕 위에서

다니엘 최 / 뉴저지 잉글우드 구세군교회 사관
다니엘 최 / 뉴저지 잉글우드 구세군교회 사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1/19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9/01/18 17:37

이 땅위에서 살아가는 특권(特權) 앞에 그리고 그 특권을 부여한 창조주 앞에 겸허(謙虛)한 떨림이 다가온다. 수많은 기억들과 사건들이 모여서 소리 하나를 내 영혼의 그릇에 붓고 있다. 흙먼지 일어나는 폭풍(暴風)을 지날 때 거센 탁류(濁流)를 건널 때 보이지 않던 신비(神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이 새로워질 때 종종 보았던 불의 형상(形象)을 기대하면서 나는 지금 바람 부는 산을 지나려한다. 나그네의 길 너머에 있는 아버지의 집을 향해 거친 길을 걷고 있다.

바람 부는 언덕 한 의자에 앉아 피곤한 나에게 물었다. 이 길을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 이 길을 걷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옆에 앉은 자가 성급하게 대답을 한다. 너는 못생기고 미련하며 초라한 무덤을 향해 가고있다고 말한다. 언젠가 나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말했던 그 소리이다. 괴롭고 또 괴로웠던 내 모습이고 내 소리이고 내 색깔이었다. 한 때는 언덕 위를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절뚝거리며 걸어간다. 한 때는 바람에 휘날리는 깃을 세웠는데 지금은 감싸고 더듬거린다. 흐르는 눈물이 두 발 사이로 떨어진다.

답답하고 지루해서 눈을 산 위로 들고 길게 숨을 들이켰다. 그 때 한 신비가 내 몸을 진동(震動)시켰다. 맑고 차가운 공기가 내 폐를 가득 채우고 안개 자욱한 마음에도 밀어 닥쳤다. 그리고 내 눈이 밝아졌다. 멀리 있던 큰 산이 내 눈에 들어왔고 마음에도 들어왔다. 그 때 또 한 소리가 내면에서 들려왔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121) 큰 산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산에서 꽃들이 춤추는 것이 보였고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도 들렸다. 설렘과 환희(歡喜)가 나를 뒤흔들었고 순간 내 몸이 가벼워졌다. 이제는 노래하며 이 산을 지나갈 것이다.

내 안에 어둠과 빛이 함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나의 초라함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안에 슬픔의 촛불이 켜졌다. 산과 하늘을 바라보면 기쁨과 희망의 촛불이 켜졌다. 슬픔의 불빛 속에 거짓과 부끄러움과 가증한 욕망들이 꿈틀대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신비한 바람이 불어오자 기쁨의 촛불이 커지고 희망이 보이고 기쁨과 아름다움이 보였다. 나의 여행길에서 선택과 믿음의 자유가 신비한 역사를 가져옴을 보았다. 옆에 있는 사람의 성급한 소리는 눈을 근시(近視)로 만들어 나만 보게 했다. 하늘 위에서 불어온 바람은 멀리 산과 하늘을 볼 수 있게 했다.

이제는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야겠다. 바람의 언덕 위에 있었던 의자는 온 땅의 주인 되신 분이 마련한 충전소(充電所)였다. 내가 경험한 신비를 품에 앉고 휘파람을 불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 웅장한 합창(合唱)소리가 들려왔다. 베들레헴 들판에 나타나 구세주의 탄생을 노래했던 거대한 천군의 합창처럼 들렸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23) 자세히 들어보니 숲의 나무들과 지나가던 구름들이 그리고 새들과 바람들이 부르는 합창이었다.

나 이제 성급하게 속삭이는 거친 소리를 물리치고 하늘의 소리와 신선한 바람의 소리를 선택(選擇)하여 들을 것이다. 이 자유는 나를 이 땅에 보내신 창조주의 선물(膳物)이므로 이 고귀한 특권을 굳게 붙들고 걸어갈 것이다. 대자연의 합창소리를 들으며 내 영혼의 겸허한 떨림을 안고 저 언덕을 넘을 것이다. 내 영혼의 떨리는 소리 천사들의 찬양과 하나 되어 아버지 집으로 흘러가리라. 저 언덕을 넘으면 아버지의 집이 있고 그 곁에 춤추며 흐르는 물들의 소리를 들을 것이다. 저들은 멋진 창조주의 많은 이야기들을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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