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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국경 장벽 논쟁, 누가 '국가 위기'를 만들고 있는가?

박동규 / 변호사·시민참여센터 이민자 보호 법률대책위원장

미국인들에게 현대사의 최대의 '국가 위기'였던 두 가지 사건을 들라면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들것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당과 이념을 초월하여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공로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20세기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는다. 그는 자주 라디오 담화를 통하여 고난의 시기에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쉽고 친근하고 담담한 어조로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들의 단합을 호소하고 미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것이 저 유명한 백악관 집무실에서의 노변담화 (Fireside Chat)였다. 진정성을 담은 국민과의 소통, 이것이 그를 미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4선 대통령으로 당선 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고 아직도 그가 대국민 소통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유가 되었다.

셧다운 21일째인 지난 11일
루즈벨트 권리장전 75주년


지난 1월 11일은 역대 가장 긴 연방정부 폐쇄 기록인 21일째를 갱신한 날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이날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노변담화를 통해역사적인 '제2의 권리장전'을 선포한 지 정확히 75주년이 되는 날 이었다. 그는 이날 경제위기와 전쟁을 극복한후 새로운 미국 사회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였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날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발전하는 길은 직업, 인종, 종교에 따른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고 모든이가 헌법에 명시된 '행복 추구권'을 누릴수 있도록 '경제 권리장전'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선포 하였다. 여기에는 취업의 권리, 주거의 권리, 의료의 권리, 교육의 권리, 연금의 권리, 대기업의 독점을 규제하고 공정한 거래를 할 권리, 노년, 병, 실업, 사고를 당했을때 정부의 보호를 받을 권리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복지국가'의 비전을 제시 한것 이었으며 아울러 이러한 기본권의 보장이 진정한 '미국의 안보'라고 역설 하였다.

트럼프, 포용보다는 차별
화합보다 분열의 언행 일관




이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포용 보다는 차별, 화합 보다는 분열의 언행과 정치로 일관 해왔다. 지난해 중간선거 시기에는 여성들과 어린 자녀들을 포함한 난민 신청자들이 미국을 '침공'하고 '국가위기'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으로 이민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두려움의 대상으로 전락 시켰다. 급기야 이들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한 56억 달러의 국경장벽 건설 비용을 요구하며 80만 명의 연방 공무원들의 생계와 국가 예산을 볼모로 연방정부 폐쇄를 강행 하였다. 최근에는 본인이 원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있다.

지난 1월 8일 저녁 9시 황금시간대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 주요 방송국들을 불러서 대국민 담화를 생중계 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어진 시간을 국경 장벽 논쟁에 모두 할애하였다. 불법 이민으로 인해 남부 멕시코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와 안보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것과 현 연방정부 폐쇄 사태는 민주당이 국경 안보를 외면하기 때문이며, "물리적 장벽은 국경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는 부정확한 정보와 왜곡된 주장이 가득했다"고 분석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들과 국경장벽에 대한 왜곡된 주장들은 그동안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반이민론자들의 왜곡된 주장들과 거의 정확히 일치 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거짓과 진실을 명백히 밝히는 것은 향후 올바른 이민개혁 논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돼 CNN, 뉴욕타임스, 타임, NPR공영방송 등의 기사들을 토대로 팩트를 정리해 보았다.

◆주장1: 불법이민은 범죄를 일으킨다=CATO 연구소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자들의 범죄율은 미국출생 시민들의 범죄율 보다 더 낮다. 합법 이민자의 경우는 67% 더 낮고, 서류미비 이민자 경우도 16% 더 낮다.

◆주장2: 멕시코가 국경장벽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내내 멕시코가 국경장벽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하였다가 최근에는 멕시코와 무역협상에서 얻는 이득으로 비용을 간접지불 하는 효과가 있을것이다라고 말을 바꾸었다. NAFTA 와 USMCA협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관세 수입은 재정부로 자동이체되고 장벽건설같은 특정 사업에 사용할수 없다. 결국은 미국 납세자들이 지불해야 한다.

◆주장3: 국경장벽은 마약의 미국 유입을 막을것이다. 마약의 90%가 남부 국경으로 유입된다=연방 마약 수사국 (DEA)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 마약 유입의 경로는 남부 국경이 아니라 공항과 항만등이다. 국경장벽은 마약의 유입을 막는데 필요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주장4: 4000명의 테러범들이 남부 국경을 통해 넘어오려 한다=연방 세관국경단속국(CBP)에 따르면 2018년에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오다 적발된 테러 의심범의 숫자는 6명 이었다. 테러범들은 대부분은 비행기를 타고 공항으로 입국한다.

◆주장5: 서류미비 청소년구제법안과 국경장벽 예산을 맞바꾸는 빅딜을 민주당이 깼다=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청소년 구제법안을 통과 시키는 대가로 국경장벽 예산과 합법이민자 50% 축소안 통과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것이 빅딜이 깨진 원인이다. 그리고 DACA를 폐지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주장 6: 불법이민자들은 정부혜택을 받고 세금도 안내며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이민자들은 매년 900억 달러의 세금으로 내고 50억 달러를 웰페어로 받는다. 즉 매년 850억 달러가 정부에 이익이 된다. 그리고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약 40%가 이민자 또는 이민자 자녀들이 만든 회사이며 고용을 창출한다. 또한 2011년도 이후 GDP 증가분의 3분의 2는 이민자들이 직접적으로 기여한 것이라고 씨티그룹과 옥스포드대의 2018년도 공동 보고서가 밝혔다

◆주장7: 소위 캐러반 이라고 불리는난민집단은 미국에 불법 입국한 범죄자 들이며 추방당해 본국으로 송환되어 마땅하다=이러한 주장은 국제법과 미국 이민법에 대해 무지하거나 고의로 왜곡한 것이다. 1951년 체결된 유엔의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과 미국의 현행 이민법은 폭력과 박해를 피해 미국 땅에 입국한 외국인은 입국 경로와 상관없이 추방당하지 않고 망명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민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오마르 자드와트 이민자권리프로젝트 담당 국장은 워싱턴 포스트에 "미국 법률은 당신이 누구든, 입국 항이 어디든 상관없이 미국에 도착하면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매우 분명하게 밝히고있다"며 "우리가 그렇게 하는 건 국제법상 의무이자 국가로서의 의무이며, 박해를 피해온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모든 이민자들은 잠재적 범죄자들 이며 잠재적 테러리스트들 이라서 국경장벽을 높이 쌓아올리고 서류미비자들을 체포하고 추방하는것만이 유일한 절대적인 이민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아래와 같은 연설문을 들려주고싶다. 이 연설들은 보수 공화당의 두 아이콘인 레이건 대통령,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1980년 4월 23일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공화당 대통령 경선 후보 토론회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참고로 트럼프 대통령의 유명한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이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구호를 카피한 것이다.

◆부시="서류미비자들은 이민법을 어기긴 했지만 명예롭고 존중받아야 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이들에 대한 인도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서류미비 자녀들이 학교도 못다니고 법의 보호를 못받는것은 상상할수 없다. 서류미비 이민자들도 좋은 사람들이고 강한 사람들이다. 나의 가족 중에도 멕시코인이 있다."

◆레이건: "국경장벽을 만드는것 보다 이민자들이 노동허가증을 받고 합법적으로 입국해서 일하고 세금을 내고 살게하는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또한 난민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국경을 열어 놓아야 한다. 따라서 나는 서류미비자들의 사면을 지지한다. 미국은 충분히 강하고 넓은 나라다. 이민자들은 용기, 가족, 노동, 자유의 가치를 가지고 왔다. 우리모두 이들과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Make America Great Again)고 약속하자."

루즈벨트, 부시, 레이건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오늘 미국 국민들에게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할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것은 인종차별이나 이민자 박해가 아니라 인종간 화합과 인도적인 이민정책 "이라고. 새해에도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들은 이를 위해 더욱 열심히 뛸것이다. 희망을 잃지말자.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이 오고, 날이 추울수록 봄은 가까이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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