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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기증받은 미술품의 저작권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1/23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9/01/23 11:08

한 조각가가 공공기관에 자신의 작품을 영구히 기증했다면 그 저작권은 어디에 속할까? 이 공공기관이 조각가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이 그 작품의 저작권을 완전히 소유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기증받은 쪽은 작품의 소유권을 획득했으며 저작권료를 지급할 의무가 면제되었을 뿐이다. 한 가지가 더 남아 있다. ‘저작 인격권’이다. 이는 경제적인 대가와는 무관하게 창작자의 작품 가치를 존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Stirling Calder)는 미국의 유명한 조각가이다. 그는 모빌의 창안자로 유명하다. 칼더는 1958년 ‘피츠버그(Pittsburgh)’라는 모빌 작품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앨러게니 카운티에 기증했다. 그 작품은 같은 카운티 안에 있는 피츠버그 공항에 설치되었다. 그런데 칼더의 작품이 공항에 전시되는 동안 저작권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공항 임직원들은 ‘피츠버그’가 흑백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카운티의 상징색인 황금색과 녹색으로 칠해버렸다. 모빌의 설치 방향도 바꾸었다. 칼더는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저작 인격권’의 사회적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저작 인격권에 대해 사회적 공론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작 인격권의 핵심은 ‘동일성 유지권’이다. 창작자의 의도가 담긴 작품에 변경, 절단, 추가 등으로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학, 회화, 조각, 음악 등 모든 저작 분야에 적용된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저작 인격권이 폭넓게 보호받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공공 미술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유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의 저택, 회사, 갤러리 등 사적 공간이 아니라 공공기관, 공원 등 대중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에서 공공이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회화(주로 벽화), 조각, 설치 미술품 등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때 창작자가 작품을 기증했든 대가를 받고 공급했던 관련 없이 저작권 특히 저작 인격권은 남아 있다. 관리하는 공공기관은 창작자의 의도대로 전시•관리•보존해야 할 책임이 생긴다는 뜻이다.

젊은 화가 몇몇이 가난한 도시의 후락한 담벼락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꾸몄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소유주의 허락을 받았고 무료로 그렸다. 그러던 중 이 지역이 재개발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와 건설회사는 ‘공짜로 그려준’ 벽화이기에 창작자들에 대한 아무런 통보나 배려도 없이 이 벽을 무너뜨렸다. 이런 사례는 한국에서 몇 차례 반복되었는데, 소송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격하게 따지자면 저작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이다. 최소한의 의논과 배려가 있어야 했다.

창작자가 공공을 위해 선의로 자신의 작품을 내놓았다고 해서 그에 대한 모든 권리가 기증받은 쪽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창작자의 정신과 가치는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를 함부로 훼손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부여되지 않는다. 저작 인격권은 저작자의 정신에 대한 최소한의 법률적 보호 장치인 동시에 현대 시민의 교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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