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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백세의 축복

새해 초이튿날 우리 외손녀가 둘째를 출산했다. 새 달력을 걸면서도 축복이 넘친다. 낳은 지 여섯 시간 만에 병원에 가봤는데 그놈 벌써 주먹이 입으로 간다. 세상이 이렇듯 요즘 애들은 미운 일곱 살이 아니라 미운 두 살쯤 되나 보다.

외손녀는 내가 아기 때부터 키웠기 때문에 아기를 내려다보면서 벌써 34년 전에 아기가 또 아기를 낳았으니 모든 것이 신기하고 신비하고 감사한 마음이 넘친다.

그런 세월을 지내고 보니 이젠 나도 증조할머니라는 아무나 쉽게 못 받는 명예로운 훈장을 단 기분이다. 귀한 훈장을 달고 보니 육신이라는 차가 삐걱거린다. 타이어는 시원치 않고 라이트도 희미해지고 엔진도 말썽이 나려 하고 폐차할 때가 됐나 보다.

오늘은 영감이 안과를, 내일은 내가 골다공증 검사, 피 검사, 심장 테스트를 하기 위해 병원에 간다. 줄줄이 이어지는 병원 신세다. 하도 매일같이 가다 보니 우리는 병원을 학교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이웃 친구들이 어디 갔다 왔냐고 전화가 온다. "응, 안과 학교 갔다 왔다" 아니면 "심장 학교 갔다 왔다" 하면 웃으며 다 알아듣는다.



잠언에 "가까운 이웃이 먼 형제보다 나으니라" 하셨듯이 이웃사촌이 많아 서로 돕는 곳이 라구나우즈 빌리지다. 수영장에서 만난 친구가 "오늘은 훨씬 얼굴이 괜찮다"고 하면서 어제는 말이 아니었단다. 그래서 내가 "하마터면 강 형님 죽었다는 소문이 날 뻔했네" 했더니 그 친구 대답이 "인생 살 만큼 살았는데" 한다. 매정한 대답인 것 같은데 정담은 정답이다.

요즘 도는 말이 재수 없으면 백 살까지 산다고 한다. 하지만 김형석 교수님같이 100세이시지만 내 발로 제자들도 찾아가시고 비치도 가고 싶으면 가고 버스도 번호 찾아 잘 타고 다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면 이것이야 말로 100세의 축복이지 않나.


수지 강 / 라구나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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