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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엄마-유대인 아빠의 특별한 추석 '아들에게 정체성 심어주려 한국명절 빠짐없이 쇠지요'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08/09/13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08/09/12 20:58

마이클 슈나이더·오정민씨 부부…올해도 송편·갈비로 차례상 준비

마이클 슈나이더·오정민씨 부부가 추석 잔치 이벤트로 펼칠 아들 루이군의 장구 공연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다.

마이클 슈나이더·오정민씨 부부가 추석 잔치 이벤트로 펼칠 아들 루이군의 장구 공연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다.

“송편이랑 갈비로 추석상 차리고 아들 루이의 장구 솜씨를 선보이면 멋진 추석잔치가 될 것 같아요.”

지난 10일, 맨해튼 마천루가 강너머로 보이는 브루클린 하이츠의 콘도 5층. 마이클 슈나이더(33)·오정민(32)씨 부부가 추석잔치를 의논하고 있었다.

추석 날 이른 아침, 친·외가의 돌아가신 조상들의 영정을 모시고 약식 차례도 지내기로 결정했다.

“명절 때 가족이 모여 음식과 덕담을 나누는 것은 유대인이나 한국인이나 비슷합니다. 성묘와 차례는 유대인 문화에는 없지만 말입니다.”

6년전 한인 오정민씨와 결혼한 유대인 슈나이더씨는 설과 추석 등 한국의 명절을 빠짐없이 챙긴다. 4살된 아들 루이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뉴욕에서 생활하는 루이가 유대인 문화는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지만 엄마의 나라 한국에 대해서는 자칫 모르고 자랄 수가 있지요.”

오씨는 남편과 서로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두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6년 결혼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루이는 이번 가을 학기부터 맨해튼 브로드웨이 한국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뉴욕주립대 수학과 교수인 친할어버지와 유치원 원장 친할머니의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설날에 시댁으로 세배를 드리러 갔는데 어른들이 오렌지를 잔뜩 쌓아놓으셨더라구요. 한국에서는 음식을 차려놓고 절을 한다고 들으셨던 것입니다. 차례와 세배를 혼돈하셨던 거지요.”

아내 오씨는 시댁 어른들도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고마울 따름이다.

슈나이더씨의 ‘한국문화’ 사랑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1998년 LA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한 슈나이더씨는 무료로 실시된 대우 자동차 한국 견학에 참여했다. 공식 일정을 마치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친구와 제주를 여행하고 목포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한 할머니의 민요 소리에 매료됐다.

“말도 안 통했지만 너무 감격스러워 2시간 동안 할머니들과 노래를 불렀습니다.LA로 돌아온 뒤 곧바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영화 ‘서편제’를 본 뒤 ‘소리’를 배우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지요.”

한국에서 소리를 배우기 시작할 때까지는 석 달이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물어물어 ‘서도소리’ 전수자 박정욱 선생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2년 동안 소리를 배운 후 스승과 여러차례 공연을 했다. 아내 오씨는 친구의 소개로 슈나이더씨를 만나 결혼, 2001년 미국에 왔다.

뉴욕대에서 ‘인터렉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마친 슈나이더씨는 현재 맨해튼에 있는 미디어 디자인 회사에서 인터렉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박 선생님은 2주 마다 가례현이라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먹고·마시고·춤추고 ‘살아있는 문화 잔치’였지요.”

뉴욕에 바로 이러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들 부부의 꿈이다.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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