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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심석희 선수에게 웃음을

공완섭 / 칼럼니스트
공완섭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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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01/26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9/01/25 19:10

고등학교 시절 문예반에 가입하려다 그만둔 적이 있다. 신입생들은 무조건 '줄빳다'로 신고식을 치러야 한다는 선배들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선배들은 그 후로도 "눈 딱 감고 몇 대만 맞으면 되는 데…"라며 가입을 강권했지만 난 거부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문예반에 들어가는 데 왜 매를 맞아야 하는 지 이해가 안 됐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학을 한다는 학생들에게 몽둥이 찜질 신고식은 무슨 의미일까.

학교내 폭력은 클럽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영화 '친구'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실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교사 폭력 장면이다. "니 아부지 머하노?" 라고 물은 선생, "건달입니다"라는 학생의 반항성 대답에 격분해 마구 주먹과 발길질을 해댄다. 그게 멋있어서 명장면이었을까. 학창시절 누구라도 경험했음직한 교실내 폭력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폭력의 추억'은 왜 이렇게 생생할까. 교내 폭력은 학생보다 교사에 의해 더 공공연하게 행해졌다. 수업시간에 떠들었다고 패고, 졸았다고 때린다. 창밖을 바라보다가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질문에 대답을 못했다고 얻어 맞기 일쑤다. 등록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뒤로 불러내 뺨을 때리고, 무릎 꿇리기를 서슴치 않는다. 귀를 잡고 비트는 건 보통이고, 겨드랑이나 사타구니를 꼬집는 변태들도 많았다.

운동장에서의 체벌은 더 노골적이고, 야만적이다. 체육 교사와 군사교육을 맡은 교련 교사들은 교사가 아니라 조련사에 가깝다. 두들겨 패서 쥐 죽은 듯이 잡고, 길들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직장인들이 예비군복을 입으면 개가 된다고 하는데, 군복을 입은 교련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업드려 뻗치기를 시키고, 미친듯이 군홧발로 엉덩이를 밟아 고꾸라뜨린다. 그의 별명은 '미친개' 였다.

잔인무도한 폭력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가차없이 가해졌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게 미성년자 시절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심 선수 얼굴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의 정체를 이제 알았다. 빙상계 폭력 실태는 가관이다. 머리채를 잡아 몸이 날아갈 정도로 내동댕이 치는 건 보통이고, 폭력은 곧바로 성폭력으로 이어졌다는 게 선수들 증언이다. 오죽하면 성폭력 고소장을 아버지가 못 보게 했을까.

교실과 운동장, 사무실과 연구실, 술자리와 차 안, 밀실과 광장에서…. 정치인,공무원,문인,교수,의사,판·검사,목사,교사…. 성폭력은 때와 장소,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서지현 검사는 현역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에서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던가. 폭력은 주종관계, 지배와 피지배관계를 만들고, 명령과 굴종관계를 공고히 해준다. 그렇게 형성돼 온 폭력과 성폭력의 DNA는 집단문화를 만들고, 갑질의 역사가 된다.

성폭력과 집단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 법과 정의에 호소해 보지만 아직도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게 한국사회다. 피해자들은 2차, 3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고, 가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다시 부활한다. 그만큼 지배계층의 폭력 카르텔은 공고하다.

그런데, 서지현 검사를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23일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부디 서 검사의 바람대로 검찰개혁과 성폭력 근절의 신호탄이길 바란다. 그래서 심석희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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