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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민족과 연대하면서 숫자로 싸우자" 아시안아메리칸연맹 조앤 유 사무총장

유니온상가 지원 등 실질적인 권익 활동 앞장
"치안 불안했던 플러싱 한인·중국인이 살렸다"
커뮤니티 시민 참여·실속 있는 정치활동 강조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사무실에서 만난 조앤 유 아시안아메리칸연맹(AAF) 사무총장이 시민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사무실에서 만난 조앤 유 아시안아메리칸연맹(AAF) 사무총장이 시민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89년 설립된 아시안아메리칸연맹(Asian American Federation.AAF)은 아시안 커뮤니티의 권익을 위한 정책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다. 현재 45개 이상의 비영리단체 회원을 비롯, 총 7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AAF는 뉴욕시경제개발공사(NYCEDC)의 지원금으로 '유니온스트리트 소상인 지원(Union Street Small Business Support)' 프로그램을 시작해 상가 홍보.특별행사.환경 미화 등 다양한 상권 회생 노력에 나섰다. 이달 초 뉴욕시의 잦은 단속과 티켓 발부로 간판을 철거했던 플러싱 유니온상가 소상인들에게 일괄적인 간판 교체 지원금을 제공,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새 간판을 마련할 수 있게 도왔다.

조앤 유 AAF 사무총장은 "플러싱 다운타운은 한때 대낮에도 총성이 들릴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었지만 한인.중국인 소상인들이 들어오면서 동네가 번창하고 안전하게 됐다"며 "이런 역사적인 가치를 가진 상업지구를 어떻게 보존해 나갈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 행동·현실적인 요구

정부 부처·개발공사.비영리단체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위한 조언으로 그는 "집단으로 움직이되 현실적인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사업자보다는 지역의 소상인들이 한데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내야 관련 기관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문제점에 대한 경각심이 늘어 지원을 논의하기 시작했을 때 구제척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일례로 소상인지원프로그램을 출범할 당시 플러싱커먼스 공사로 공영주차장이 폐쇄됨에 따라 매출이 크게 줄었던 일부 상인들은 지원 방안으로 그냥 현금을 받길 원했다. 하지만 경제개발을 위해 받은 기금을 쪼개 개인 사업가들에게 단발성으로 건네줄 수는 없기에 상가 홍보 등 다른 상권 활성 방안을 찾아야 했다는 것이다.

AAF는 오는 4~5월까지 유니온 상가 간판교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해 여름 EDC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는 유 사무총장은 몇 번이고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계속 되야 한다"며 섭섭해 했다. AAF는 현재 EDC와의 계약 만료 후에도 소상인 지원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기금을 물색하고 있다.



팩트와 숫자로 주장하자

이 외에도 유 사무총장은 예산 지출에 관여하고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들에게 요구사항을 전할 때는 팩트와 숫자로 다져진 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수계 커뮤니티에 대한 통계적 조사는 세부적인 내용이 부족한 편이므로 정치인들 마저 '뉴욕에 사는 아시안의 70%가 이민자'라는 등의 기본적인 사항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AAF는 뉴욕시 아시안 커뮤니티에 대한 통계 조사에 열을 올린다. 정책 연구에 있어 센서스 통계를 분석해 뉴욕의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소개한 '2019년 뉴욕시 한인 프로필'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AAF는 뉴욕의 주요 아시안커뮤니티 12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지 1월 19일자 a-1면>

유 사무총장은 이런 연구조사가 모여 소수계의 정치적 입지를 다진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들이 필요한 지원을 요구할 때 쓸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그는 "더 많은 이들이 같은 통계를 들이대며 문제점을 지적할 때 그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고 힘줘 말했다.



소수계 커뮤니티 연대 중요

특정 현안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라는 말은 통계의 사용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민자와 소수계에 대한 반감이 연방정부의 정책으로 실현되고 있는 현재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다른 이민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공표하고 임시체류신분(TPS) 부여 대상 국가를 축소하는 등 반이민 행정을 펼칠 때 한인은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라고 치부하고 무관심으로 대하면 결국 그 화살은 다음 소수그룹에게 향할 것이며 우리가 필요할 때 연대와 지지가 필요함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는 "인정 많은 한인들 역시 역경을 헤치고 미국에 자리 잡았으므로 본인들의 이민사에 비춰보면 타민족의 고충에 공감 갈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 소수계, 긍정 평가 아냐

유 사무총장은 흔히 말하는 '아시안은 본보기 소수계(model minority)'라는 말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구사항 없이 조용히 일만 열심히 해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말은 긍정적인 평가가 아니라 다른 민족들에게 "이 그룹은 불만도 없이 일을 잘하는데 너희는 왜 그러냐"고 말할 수 있는 정치적 도구로 사용된다는 말이다.

열심히 공부해 '주류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은 아시안 2세들도 이 '본보기'라는 틀에 갇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속칭 '대나무천장(bamboo ceiling)'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시안들은 학벌에 비해 중견매니저 급 이상으로 승진하는 비율이 낮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이 '불만 없이 일 잘하는 아시안'이라는 편견 때문에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타당한 요구사항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크고 작은 차별을 겪으면서도 이 '본보기'라는 틀에 갇혀 어디 하소연도 못하는 우리 2세들은 자신의 성공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다는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을 뿐"이라며 주류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다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시안 커뮤니티의 시민 참여가 더 많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전업 운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면서도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이 본업에 충실하되 투표에 참여하고 지지하는 비영리단체를 후원하며 시간이 허락할 때 관심 있는 안건에 대한 집회에 참여한다면 아시안 커뮤니티의 입지가 더 견고해 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인들의 시민참여가 늘어나고 있다"고 반기며 더 효율적인 정치활동을 위한 조언도 했다. "어느 행사에 가보니 정치인을 위해 기금 모금을 하면서 정작 본인한테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건지 묻지도 않고 사진만 찍고 돌려보내더라"는 그는 지지하는 "정치인을 위한 후원행사 등 정치행사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우리가 얼마의 후원금을 모아주면 당신은 아시안 보좌관을 몇 명 쓸 건가' 등 그에 합당한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1972년 부모와 함께 미국에 와 콜로라도주에서 자랐다. 뉴욕이민자연맹(NYIC), 아주인평등회(AAFE) 등에서 일했으며 2011년부터 AAF의 커뮤니티서비스 디렉터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4년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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