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나이 탓인가.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한국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느 기자가 대통령한테 물었다는 말, '대통령의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라는 질문이 한동안 회자되었다. 대체로는 예의에 벗어난 힐난조의 말이라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으나 내가 듣기에는 오히려 대통령이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말보다는 예의 있어 보이고 격려하는 표현인 것으로 들리기도 했다. 지금 지구상에서 통틀어 가장 자신감이 가장 넘치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견해가 많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열겠다며 저렇게 일관되게 밀고 나가지만 우군이 많지는 않다. 저마다 동상이몽으로 슬슬 발톱을 내밀고 있는 주변 4대 강국의 흑심이 그렇고 북한의 속내도 드러난 것과는 다를 수도 있다. 반공 수구라는 철통같은 방어벽을 쳐 놓고 스스로 거기에서 한 발자국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보수 우파들의 저항도 무시 못 한다.

자신감은 종교적인 확신이거나 아니면 투철한 역사의식으로 자기만의 가치를 발견하고 당당하게 그 가치를 실현해 나갈 때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미국의 저명한 외교 안보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재인 대통령을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선정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서방과 북한 사이에 통로를 열기 위한 그의 조용하고 보이지 않는 활동은 2018년 세계가 이룬 결정적인 외교 업적의 하나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지위나 품격에서 결이 다르지만 나는 최근에 미국과 한국, 북한에서 가장 자신감 넘치는 세 여인을 주목한다. 한 사람은 미국의 펠로시 하원의장이고 다른 두 사람은 한국의 손혜원 국회의원과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부상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세등등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을 꺾으며 국경 장벽예산을 비토하더니 셧다운 끝날 때까지는 아예 국정연설을 못 하게 못을 박아 버렸다. 국회의원의 숫자가 이렇게 큰 힘인 것을.

손혜원 의원은 지금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의원으로 남아 있지만 그의 언동이 가져오는 정치적 파급력은 어느 당 대표나 중진을 능가한다. 부동산 투기 등 갖가지 의혹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는 서울과 목포를 오가며 '거침없는 하이킥'을 이어가고 있다. 브랜드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며 지금은 자신감으로 공격자 제압에 일단 성공하고 있지만 그것도 자칫 과유불급이다.

최선희 부상은 북한에서 핵 협상의 전문가이며 배경이 좋은 실세 외교관이다. 그는 부상이면서도 지난해 자기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미국의 펜스 부통령을 비난하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구걸하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자칫 북미회담을 물거품으로 만들 뻔했던 장본인이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국무부의 대북 특별대표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 미국 대표를 5개월이 지나도록 만나주지 않아 애를 태우게 하다가 지난주 스톡홀름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북한은 약속한 회담에 나오는 것이나 또는 상대방 대표를 만나주는 것만으로 대단한 선물을 주는 것 같은 특별한 외교술을 갖고 있는데 최선희 부상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아직은 그러한 외교술로 자신감이 통할 수 있지만 정상국가로 자리 잡는 날 국제 관계에서는 신의, 성실의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나마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비핵화 조치나 대북제재 완화에 관해 진전이 있었는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신뢰감 표시가 오가는 것이 다행스럽다. 2월 말이라 했으니 또 여유를 갖고 기다려 볼 일이다.


김용현 /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