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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희생양 메커니즘

[LA중앙일보] 발행 2019/01/29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1/28 18:53

어느 사회나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있고, 그 관심사를 돌리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경향도 있다.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폭력 메커니즘 연구로 명성을 떨쳤던 프랑스 출신 르네 지라르(1923~2015)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를 '희생양 매커니즘'이라 불렀다. 공동체 구성원 간의 갈등과 상호 폭력을 특정 희생물에게 집단적으로 전가함으로써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 나찌 독일의 유대인 학살, 일본의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등이 그런 예다.

지라르 교수에 따르면 희생양은 조건이 있다. 첫째 보복이나 복수할 힘이 없을 것, 둘째 공동체에 속해있지만 완전히 편입 동화되어 있지는 않을 것 등이다. 또 직접이든 간접적이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희생양에 대한 폭력 행사를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특정 인종에 대한 미국 내의 끊임없는 차별도 그런 의미에서 '희생양 매커니즘'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엊그제 LA타임스 일요판에 보도된 '흑인 운전자 집중 단속' 기사가 이를 뒷받침 한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LAPD 특별반이 실시한 불법 총기류 적발 등을 위한 사우스 LA지역 차량 검문에서 검문을 받은 흑인 운전자 비율은 65%에 달했다. 이는 이 지역 흑인 비율 31%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또 LA 전체로는 흑인 운전자가 백인 운전자보다 무려 13배 더 자주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물론 이런 통계가 흑인 차별의 명백한 증거일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공무 집행을 내세운 '순화된 폭력'이라 해도 그것이 무고한 자에 대한 의심과 편견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게 바로 '희생양 메커니즘'이 된다는 게 문제다. 희생양은 끊임없이 새로운 희생양을 만들어 내야 하고, LA폭동 때나 지난해 홈리스셸터 건립 문제에서도 경험했듯이 우리도 언제든지 그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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