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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다시 분노하는 대한민국

김일선 / 글렌데일 통합교육구 통역사
김일선 / 글렌데일 통합교육구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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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01/30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1/29 17:46

고등학교 시절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친구의 아버님이 별안간 돌아가셔서 장남인 친구는 갑자기 집안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이에 이 친구는 성적이 아주 우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무원 시험을 보아 세무직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세무공무원이 되고나서 얼마 되지 않아 이 친구는 집안을 일으키고 가정 형편이 급속히 나아졌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여러 차례 이 친구에게 밥도 얻어먹고 술도 얻어 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친구가 혼자 고민하던 말을 하였습니다. 아직 말단이다 보니 큰 기업으로 감사를 나가는 것은 아니고, 주로 자그마한 영세 업체나 가족 운영의 가게로 세무 감사를 나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무감사에서 대부분의 경우 어떤 탈세를 발견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가족 운영의 영세 가게에서 탈세를 발견하게 되면 그 가족 중 가장 나이 많은 노인, 노파가 돈봉투를 들고 나와 울고불고 사정한다고 합니다. "젊은 세무 공무원 나으리, 우리 가족 모두가 하루 온종일 여기에 매달려 겨우 목구멍에 풀칠하며 살아갑니다. 우리들의 자그마한 성의가 여기 있으니 받아주고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라며 애걸복걸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친구도 고생하는 자기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돈봉투를 받고 그냥 눈감고 지나간다며 스스로 부정부패를 방조하고 있다는 고민의 말을 털어놓았습니다. 저 역시 이 고민의 말을 듣고서도 모두가 이렇게 살아가는 줄 알고 아무런 조언이나 비난의 말도 못하고 부정부패가 당연한 것으로서 이어지도록 방기하였던 것입니다.

아무런 충고의 말을 하지 못한 저의 비겁한 행동의 결과가 오늘날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당연시되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일조한 책임으로 자책감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잘못된 사안을 지적하면 오히려 조직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부정부패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번영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나부터, 우리부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 때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다가간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은 지난 촛불혁명에서 박근혜와 그 부류들의 꼼수와 거짓을 지적하며 탄핵시켰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를 국민의 손으로 세우고 부정부패 척결을 지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게 변해 있습니까.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자행하던 편법을 다시 시도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신세대 젊은이들의 말들 중 '내로남불'이란 말이 있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말입니다. 소위 우리 편의 편법과 거짓은 용서가 되고 박근혜 정권의 꼼수와 거짓은 용서가 안 돼 탄핵시켰다는 논리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희망상품은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였습니다. 2016년 말 광화문 거리에서 타오르던 촛불혁명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출범은 박근혜 정부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어도 희망이 넘쳐났으며 경제도 평화도 모두 밝게 빛났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다시 분노하고 있습니다. 2019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가난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하고 공정치 못한 세상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정치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편법이 아닌 평등하고 공정하면 평화와 경제는 저절로 정의롭게 번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공자의 핵심사상인 정명론(正名論)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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