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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85세 여성 연방대법관 이야기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LA중앙일보] 발행 2019/01/31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1/30 18:59

생존해 있는 사람의 일대기가 기록 영화로 나온 지 2년이 안 되어서, 할리우드 영화로 나오기는 쉽지 않다. 유명 래퍼 노토리어스 B.I.G.(Notorious B.I.G.)에서 따온 그녀의 별명 노토리어스 RBG를 보면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도 짐작이 간다. 연방 대법관 중 한 명인 85세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판사의 이야기다.

RBG야말로 여성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서 힘들게 걸어 나간 개척자다. 1973년에 그녀가 연방대법원에까지 올라가서 쟁취한 여성을 위한 싸움은 45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시대에 뒤진 것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젊은 여성이 공군 입대 뒤 남성이 다 받고 있는 주택 수당을 자신만 여자라고 주지 않는 불평등을 법에 호소하였다. 긴즈버그 판사의 도움으로 여성 군인도 주택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조롱하는 남자 변호사나 법관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내가 하버드 법대에 입학 후 보니, 여성용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에 대해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1975년에 승리한 케이스는 아기를 낳다 아내가 사망하자 어린 자식을 직접 키우는 어느 젊은 아빠의 경우였다. 아기를 키우느라 직장 일을 할 수 없었던 그는 사회보장비를 청구했지만 남성이라는, 아빠라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성(gender/sex) 때문에 받는 차별대우가 아니고 무엇인가?

나의 둘째 딸 카니가 조지타운 법대에서 공부하던 도중에 RBG를 만난 적이 있었단다. 그때 들은 말이 무척 인상 깊었단다. "내가 17살에 돌아가셨던 저의 어머니는 항상 여자는 화를 겉에 나타내지 말고 여성다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녀는 말씨도 조용하고 절대로 크게 화를 내는 적도 없다는 카니의 말이었다. '성별에 근거하여(On the basis of sex)'라는 그녀에 관한 영화를 함께 보고 난 후에 딸이 내게 한 말이다.

나를 감동시킨 또 다른 사람은 그녀의 오늘이 있도록 그토록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북돋아 준 남편 마티 긴즈버그 세법 전문 변호사였다. 하버드 법대 시절에 만났던 그들은 숱한 역경을 물리치며 두 아이를 키웠다. 학생인 처지에 암 투병하는 남편을 위해 일 년 상급생인 마티의 강의를 들은 후에 숙제 논문을 써주며, 갓 태어난 딸을 양육하며 자신의 공부를 하였다.

남편이 뉴욕으로 취직하자 하버드에서 콜롬비아 법대로 적을 옮기며 남편의 건강을 살폈다. 일등으로 법과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여자이기 때문에 너무 감정적이라, 여자이기 때문에 내 아내가 싫어해서, 여자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어서 등의 이유로 어떤 법률회사도 받아주지 않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엄마를 닮아서 자기주장이 강했던 15살짜리 첫딸 제인과의 심리적 투쟁이 심하게 벌어진 적이 있었다. 학교를 결석하고 당시 여성해방 운동의 전사였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집회에 참석했던 딸을 야단친 후였다. 감정의 노도에 휩싸여있는 딸의 방을 찾아간 마티는 딸을 꼭 안아주면서 제인의 외할머니가 어떻게 엄마를 키웠는가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제인이 엄마를 이해하고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나중에 부모와 마찬가지로 하버드 법대에 진학했다.

대장암과 췌장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그녀는 한 번도 직장을 빠진 적이 없다고 한다. 한 번에 스무 번씩 하는 팔굽혀펴기를 일주일에 세 번씩 하며 그녀는 몸을 강하게 지켰고 오페라 감상을 동료들과 즐겼다.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이 나라 미국에 그녀의 밝은 빛이 오랫동안 밝혀져 있기를 새해 초에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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