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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기쁨 딱 이틀…이제 골프 뭔지 알 듯"

LPGA 이일희 선수
타운서 골프코치로
"제 2인생 시작해요"

이일희 선수가 한인타운 아로마 골프에 코치로 둥지를 틀었다. 김상진 기자

이일희 선수가 한인타운 아로마 골프에 코치로 둥지를 틀었다. 김상진 기자

'감사하면서 걷자.'

아침마다 그를 깨우는 셀폰 문구다. 알람 메시지는 지난 9년간 매일 그를 다독거렸다. 1등만 기억하는 냉정한 그린 위에서 스스로를 붙잡기 위한 습관이다.

덕분에 선수생활을 잠시 접은 지금도 그는 감사할 수 있다. 201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우승자인 이일희(30)가 LA한인타운에서 '두번째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골프코치로 아로마골프아카데미(대표 박윤숙)에 둥지를 틀었다.

"재미있어요. 내가 누굴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다른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번 퍼팅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고민 안해도 돼서 마음 편해요."



밝게 웃었다. 불과 반년 전인 지난해 7월 LPGA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던 아픈 기억은 표정에 없었다.

지난 2013년 LPGA투어 바하바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일희 선수가 우승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

지난 2013년 LPGA투어 바하바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일희 선수가 우승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

2년 전부터 어깨가 아팠다. 참아만 오다가 통증을 견딜 수 없어 검진을 받았다. 근육 손상이 심했다. 수술을 받아도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마라톤 클래식에 참가했던 오하이오 톨레도에서였다.

'이젠 쉬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2010년 LPGA에 데뷔해 8년간 쉼없이 달렸다. 그간 모든 게 힘들었다.

"대부분의 LPGA 선수들이 계속 실패를 안고 살아야 해요. 선수 144명 중 1등 1명만 기억하잖아요. 경쟁률로 치면 1%도 안되죠. 매번 졌다고 낙담하고, 위로하고, 다시 힘내고의 연속이죠."

그를 패자라고 보긴 어렵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LPGA 우승컵을 들어본 한인 선수 55명에 그도 포함되어 있다. 2013년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 우승, 2014년 미즈노클래식 2위, 2015년 JTBC 파운드스컵 3위 등 상위권에 속했다.

부상으로 그린을 떠나야했을 때 크게 낙심하지 않았던 이유는 '세계 1위' 감격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승 감격 딱 이틀 가더라고요. 평생 우승만 보고 달려왔는데 막상 실감이 안났어요. 일요일에 우승컵 받고 짐싸서 다음 투어 장소로 이동했죠. 목요일 1라운드 시작 전에 축하인사를 받으면서 '내가 우승했구나' 기뻤죠. 그런데 그날, 다음날도 샷이 안되더니 결국 예선에서 떨어졌어요."

실망하기보다 마음을 다잡았다. 힘들었던 과거가 자양분이었다. 2009년 스무살에 단돈 600달러 들고 홀로 미국행 비행기에 탔다. LPGA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해 이듬해 시드권을 따냈다. 하지만 루키들이 그렇듯 성적이 좋지 않았다. 아파트 구할 돈이 없어 남의 집 신세를 져야했고 투어 비용을 마련하려고 가구를 팔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침대까지 팔아야 했을 때 참 많이 울었어요. 캐디에게 줄 돈도 없었죠."

혹독한 인생수업을 통과한 그는 2012년 US여자오픈에서 4위를 했다. 상금 13만달러로 여유를 얻었고, 성적도 오르기 시작했고 주목을 받았다.

정상과 바닥을 모두 경험했기에 그는 LA에서 얻은 제 2의 삶에 감사할 수 있다.

"한인 골퍼들을 대하면서 깨닫는 점도 많아요. 나도 지난 시간에 저런 과정을 겪었구나, 아직 배워야 할게 많구나 하고요. 지금까지 나만의 골프를 했다면 이젠 모두 공감하는 골프를 할 수 있겠다 싶어요."

골프채를 잡은 지 20년째, 그는 여전히 감사하면서 걷는다.

▶문의:(213)389-2222 아로마 골프아카데미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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