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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루나 뉴 이어

2월5일(미국 기준)은 음력 기해(己亥)년 정월 초하루, 설날이다. '설'이라는 이 정겨운 이름을 되찾는데 우린 근 100년이 걸렸다.

대한제국 고종 황제는 1896년 1월1일을 기해 기존 음력 대신 양력을 공식 역법으로 도입했다. 그때부터 한반도에서 공식적으로 음력설은 사라졌다. 일제 때는 민족전통 말살 정책에 따라 신정(新正)만 공휴일이 되고 음력설은 구정(舊正)으로 밀려났다. 가혹한 탄압도 받았다. 방앗간 조업을 금지시켜 제사 떡을 만들지 못하게 하거나, 설빔을 해 입은 아이들에게 먹물을 뿌렸다는 기록까지 있다.

광복 후에도 수난은 계속됐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신정과 추석은 물론 크리스마스까지 공휴일로 지정했지만 민족 최대 명절인 음력설은 빼버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중과세 금지'라는 명분으로 음력설 말살 정책을 오히려 더 강화했다. 그러다 전두환 대통령 때인 1985년, 더 이상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처음으로 하루 공휴일을 허용했다. 하지만 '민속의 날'이란 어정쩡한 이름이었다. '설'이란 명칭은 1989년 노태우 정부 때에야 비로소 회복됐다. 지금처럼 사흘 쉬는 것도 그 때부터 시작됐다.

미국에서도 음력설은 '루나 뉴 이어(Lunar New Year)'라 해서 많이들 기념한다. 그만큼 아시안 이민자들이 늘었고 파워도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날을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라 부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 커뮤니티의 위상이 높고 정치력도 세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니다.



한인은 물론 베트남, 몽골 사람에게도 음력설은 각별하다. 화교가 경제권을 장악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출신들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중국의 영향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음력설은 아시안 모두의 명절이어야지 중국인들만의 기념일인 '춘절(春節:춘졔)'이 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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