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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에너지 자립국 미국이 '발을 빼면'

[LA중앙일보] 발행 2019/02/0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2/04 18:39

옛날에 알고 있던 미국이 아니다. '세계의 경찰' 역할을 벗어나려는 듯 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라크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방문해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 없다. 미국은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지구 곳곳 분쟁에 껴들어 경찰 역할을 자임하며 그 역할을 해왔다. 당시에는 여러 나라들로부터 "양키 고 홈!"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이젠 발을 빼려 하는 모양새다. 미국 경제를 안정적으로 돌리기 위해선 또 집권하기 위해선 석유 안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미국은 싫든 좋든 오랫동안 중동 문제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이란과의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석유 수출을 금지하는 등 이란의 경제를 틀어막았다. 지난달에는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가 결정됐다. 마치 너희들 없어도 난 OK하는 모습이다.

오랜 우방도 언제 친구냐는 식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한국 등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응하지 않으면, 주둔군 감축이나 철군 카드를 꺼내는 것도 서슴지 않을 기세다. 비록 그런 말이나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듣는 쪽에서는 충분히 그럴 만한 불안감이 감지된다.

지난 주말에는 냉전종식에 기여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하는 '초강수'를 두고 나섰다. 러시아도 질세라 탈퇴를 공언하면서 군축 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군비경쟁이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거침없는 자신감 배경에는 '에너지 권력'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너지의 세계는 이랬다. ▶석유는 고갈된다 ▶미국은 산유국이지만 딱 자기들 쓸 것만 있어 수출하지 못한다. 그러나 둘 다 현재는 진리가 아니다. 석유 자원은 한정적이지만, 과거 땅속에서 못 뽑아 올린 석유가 시추기술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매장량이 늘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세기에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미국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1위의 석유 수출국이 됐다. 에너지 자립국을 넘어 수출까지 하게 됐다. 수십 년간 '발목 잡혀온' 에너지 문제에서 해방된 것이다.

여기에는 '셰일 오일·개스' 혁명이 있다. 셰일 오일·개스는 셰일 암반층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녹아있는 오일과 개스를 말한다. 석유처럼 웅덩이에 고여있는 형태가 아니다. 따라서 지면에서 수직으로 뚫어 셰일 암반층에 닿으면, 이제 옆으로 뚫고 지나가면서 오일과 개스를 긁어모아 끌어올리는 형태다. 당연히 시추하기 어렵고 생산단가도 비싸다. 존재는 물론 그 양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채산성이 안 맞았다. 그러다 1999년 기술 개발이 되고 시추업체가 몰려들면서 2013년 많은 양을 끌어올리면서 미국이 에너지를 자립하고 수출하는데 일등공신이 된다.

'석유 걱정 없는 나라' 미국이 이제 두려워 할 것은 없다. 중동의 석유 수입원을 지키기 위해, 또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군사력을 투입할 필요도 없다. 최대 산유국의 위치가 바뀌면서 러시아도 이제 발 아래다. '그래, 또 한 번 군비경쟁 해볼까. 레이건 대통령 때(소련 해체) 기억 못 해!'.

미국이 '발을 빼면' 세계질서가 급속히 붕괴하고, 모든 나라는 각자도생(各自圖生) 하기 위해 에너지난과 전쟁을 겪을 것이라고 국무부 출신으로 지정학·안보 전문가이면서 에너지 전략에도 능통한 피터 자이한은 말한다. 그는 "미국이 손을 떼게 되면 한국의 끔찍한 지리적 여건(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은 다시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면서 "미국은 분명히 세계에서 손을 떼게 된다. 한국을 비롯해 모두가 새로운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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