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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꼭 트럼프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LA중앙일보] 발행 2019/02/0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2/05 18:26

지난달 30일 퓨리서치는 센서스국의 통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뜨거운 이민 논란을 반영하듯 2017년 기준으로 외국 태생 인구가 약 4400만 명으로 전체의 13.6%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1910년 14.7% 이후 최고치다. 퓨리서치는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해 미국의 외국 태생 시민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대체로 높지만 호주나 뉴질랜드, 캐나다 등 25개국보다는 낮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인구는 3.4%였다.

이 분석에서 눈길을 끈 것은 그래프였다. 185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내 외국 태생의 비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래프를 보면 미국 이민 역사에는 두 번의 변곡점이 있다. 하나는 1924년 이민 문호를 줄이는 국적별쿼터법이 시행된 때였다. 1800년대 유럽계 중심의 이민이 시작되고 얼마 안 돼 이민자 비중이 10% 중반대를 유지하던 상황에서 이 법이 시행되자 이민자 비중은 하락세로 바뀌고 40여 년 뒤에는 4.7%까지 줄어든다. 또 다른 변곡점은 1965년. 이민문호를 확대한 새로운 이민법이 시행된 해다. 지금까지 시행되는 이 법으로 4.7%였던 이민자 비중은 상승을 거듭해 2017년 13.6%까지 올라섰다.

이 그래프를 읽으면 미국은 이민자 비중 14%대일 때 이민을 규제했고 4%대로 떨어졌을 때 규제를 풀었다. 이제 13%대가 됐다. 두 번의 역사적 사례가 근거로 부족할 수는 있지만 전례로만 보면 이민 정책을 바꿀 변곡점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14%대까지는 아니므로 보기에 따라 문호를 좁힐 때가 된 것일 수도 있고 아직 좁힐 때는 아닐 수도 있다.

이민 정책을 둘러싼 충돌은 방법론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아이와 부모를 떼어놓는다거나 국경에 실제로 벽을 쌓는 것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어와 저돌적인 정책이 더 큰 반발을 사는 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근원에는 14%, 그러니까 너무 많으냐 그렇지 않으냐의 시각차도 있다. 일자리나 인권 등 표면적인 이유는 다르지만 그 근저에는 이질적인 배경을 가진 이들이 일정 비율을 넘을 때 느끼는 집단적인 거부감 혹은 위기감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 것은 아닐까.

트럼프 대통령은 많다는 입장을 대변할 것이다. 지난 4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이민이 미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 응답자가 80년 조사 역사에서 두 번째로 많은 21%를 차지한 것은 트럼프에 힘을 실어준다. 반면, 이민자가 아직 14%대에 이르지 않았고 이민 국가인 호주(29%)나 뉴질랜드(23%), 캐나다(21%)에서 보듯 현실적으로 20%대까지 가능한 점은 이민 옹호자에 유리하다.

민주당은 국경 장벽 예산을 저지하고 여론에서도 우위를 보인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정책에서는 문호 축소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민법변호사협회(AILA)에 따르면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의 프로세스가 크게 지연되고 거부율도 높아졌다. 미국산 구매와 미국인 채용(Buy American, Hire American) 정책의 일환이다. 이달 들어서만 검찰이 남가주에서 중국계 원정출산 업체를 급습해 범죄 혐의로 기소하고 국토안보부는 가짜 대학을 만들어 가짜 국제 학생을 단속했다. 유명 래퍼인 21 세비지는 체류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체포돼 이민국 구치소에 수감됐다.

지금의 형세는 정치와 여론에서는 이민 옹호자들이 우세하지만 정책에서는 이민 억제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문제는 이민 억제자의 득세가 과연 트럼프 대통령 한 명 때문일까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다음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낙선시키고 정책을 바꾸고 20% 선까지 이민을 늘려도 된다. 하지만 14%의 선례를 보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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