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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이라더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대상을 잘못 인식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도 걱정 한다든지 혐오할 필요가 없는데 혐오하는 경우, 인식이 잘못됐음을 지적할 때 사용되는 속담이다.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공립학교 체육관 벽에 그려진 그림에 대한 기사가 미주 한인 미디어에 다시 나오고 있다. 이 그림이 문제가 된 것은 그림의 배경에 일본 욱일기의 햇살과 비슷한 모양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욱일기는 한인들과 일부 아시안들에게는 일본의 잔혹했던 제국주의를 연상케 하는 혐오감을 주는 깃발이지만 지금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본 해군의 군기다.

2016년 공립학교 벽에 그려진 이 그림이 최근 이슈가 된 것은 지역내 한인단체에서 이 그림의 모양이 일본의 욱일기와 비슷함을 지적했고, LA통합교육구에서 일단 제거에 합의했으나 이 문제가 공론화 되면서 주류사회의 여론에 부딪쳐 벽화 제거 결정이 유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타운 내의 욱일기.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다. 그러나 욱일기 비슷한 것을 놓고 욱일기라고 소란을 피운다면 그야말로 솥뚜껑을 자라로 오인하는 모자람을 노출하는 셈이다. 학교 벽에 그려진 그림을 자세히 보면 욱일기와는 햇살 모양만 비슷할 뿐 많은 차이가 있다.



이 그림의 작가인 스탠턴씨도 자신의 그림이 욱일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햇살 문양은 태양빛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그림에 배경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또 이 그림에는 욱일기의 핵심인 붉은 태양이 없고, 햇살도 욱일기는 적색과 백색으로 각각 16개인 반면 이 벽화의 햇살은 주황색 22개, 청색 22개로 숫자와 색깔도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이 그림을 보면서 과거의 트라우마에 빠지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의 흔적에 혐오감을 갖는 것은 우리 조국이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이유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지적하신 대로 우리에게 힘이 없었기 때문이지, 결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의 힘을 키우는 길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우리가 정직하고 성실한 생활을 통해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서로 협력할 때 우리 사회나 국가가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하셨다. 더욱이 이곳은 한반도가 아니고 아메리카 대륙이다.

우리는 과거를 뒤적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세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 주변을 돌아보며 불평거리를 찾기보다는 칭찬거리를 찾고, 배우는 겸허한 자세로 생활해 나갈 때 미주 한인사회의 미래 또한 밝게 빛날 것이다.

욱일기 비슷한 것 하나 없앴다고 국위가 선양되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에 퍼져있는 욱일기가 없어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일본 제국주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목적에서 그려진 벽화를 두고 우리의 귀중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행위가 오래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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