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모든 증언이 충격"…한인 1.5세 에밀리 윤 작가
'일본군 성노예' 시집 출간
재사용 콘돔·매독 치료제 등
피해자의 일상적 불행 담아
일본계 독자들 "수치스럽다"
"뉴욕대에서 문예창작학과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논문으로 무엇을 써야 할까 고민했다. 그때 일본군 성노예 사건이 계속 나의 주변을 맴돌더라. 그때부터 역사책을 보면서 성노예 사건을 공부해 시로 썼다. 10살 때 캐나다로 이민와 미 동부에서 대학을 다녔다. 대학 재학시절 만난 미국인들은 2차 세계대전을 미국의 입장에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역사에 대한 문제 의식이 생겼다."
-시집 첫 장의 제목이 '일상적인 불행(An Ordinary Misfortune)'이다.
"시는 '꽉 막힌 기차' 등 일상 생활 묘사로 시작한다. 어느 역사책에서는 그 당시 한국 여성이 성노예로 끌려가던 것도 이처럼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일상적인 불행이었다고 기술해 있었다. 재사용하던 콘돔과 매독 치료제 등의 시어로 과거를 담담히 돌아봤다. 왜 한국은 과거에 연연하냐는 사소하지만 폭력적인 질문도 곱씹어봤다."
-무엇이 가장 충격적이었나.
"무엇이 '더' 충격적일 수 없다. 피해자 증언 하나하나가 충격이었다. 더욱이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용기에 감동 받았다."
-진경팽(Jin Kyung-paeng), 강덕경(Kang Duk-kyung) 등 피해자 6명의 실명이 시 제목으로 등장한다.
"피해자의 이름이 시 제목이 된 것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발언한 내용들로 시를 썼기 때문이다.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그분들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증언을 읽고 전부 시로 전환하려고 노력했다. 그 일부를 시집에 담았다. 위안소로 끌려가던 상황, 임신 중 성폭행, 성병 등 구체적인 증언을 시의 언어로 표현했다."
-작은 서점의 강의인데 40명 정도 참석했다.
"독자들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해줘 고맙다'고들 했다. 일본계 독자들은 '수치스러운 역사라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이런 시를 써 줘서 고맙다'고도 말했다. 다만 나는 성노예 역사를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인) 국가주의적으로 보는 것은 아쉽다. 이 문제에 대해 복잡하고 다양한 시선이 필요하다. 저의 시를 읽으면서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갔으면 한다."
-본인의 시 '벨 이론(Bell Theory)'에서 영어 습득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어떻게 시집까지 냈나.
"10살 때 영어를 거의 못하는 상태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해 언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오히려 시를 쓰면서 언어가 풍부해지고 말이 재밌어졌다. 내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시어도 다양하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가령 한국 속담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을 영어로 번역하다 보면 재밌는 아이디어가 생긴다. 영어에서 한글로도 마찬가지다. 언어적 예민함과 관찰력이 커진다."
-다음 목표는.
"이번 달 한국 여성 시인 9명의 시 30편을 영어로 번역한 책 'Against Healing(힐링에 반대하다)'이 출간된다. 김혜순, 김이듬 등 한국 여성 시인의 시를 선별해 번역했다. 현재 시카고 대학교에서 한국 문학 연구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데 한국 여성문인에 대해서도 논문을 쓸 예정이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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