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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렉서스와 현대차

[LA중앙일보] 발행 2019/02/08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2/07 19:49

렉서스 중고차를 3년 쯤 탔다. 하루 100마이나 되는 출퇴근 거리를 리스차로는 감당하기 힘들어 어떻게저떻게 구한 차였다.

출고된 지 12년이나 됐고 주행거리도 16만 마일이 넘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하나 둘 돈 들 일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결국 트랜스미션까지 나갔다. 이젠 수리비가 자동차 값보다 더 들게 생겼기에 22만 마일밖에(?) 안 됐지만 어쩔 수없이 처분했다. 30만 마일까지는 탈 줄 알았다. 렉서스에 대한 평판이 워낙 좋고 다들 그렇게 말도 했기 때문이다. 실망스러웠지만 "운이 없어 그런 차가 걸렸나 보다"하고 말았다.

다른 차를 리스했다. 현대 소나타 2019년형이다. 나로서는 다섯 번째 선택한 현대차다. 새 모델이라 그런지 외양도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가격 대비 훌륭했다. 그런데 차를 타기 시작하면서 경미한 문제를 발견했다. 엑셀레이터를 밟으면 엔진에서 뭔가 걸리는 듯 미세하게 "까르르…까르르르" 소리가 났다. 운행에 지장은 없었다. 주행 중엔 거리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래도 조용한 곳이나 저속으로 갈 때는 제법 귀에 거슬렸다. 딜러에 전화를 걸었더니 "한 번 가져 오세요" 한다. 새 차로 기분 좋게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정비센터 들락거리게 생겼으니 이게 뭔가 싶었다. 한 달 남짓 지났지만 아직 딜러에 가진 않았다. 일부러 짬을 내는 것도 번거롭고 견딜만 하기도 해서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 멀었어'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모순이긴 하다. 렉서스는 '내가 운이 나빠' 그랬고, 소나타는 '현대차가 차를 잘 못 만들어서'라는 인식 말이다. 그래서 기업 이미지가 중요하다. 소비자 평판이 무섭다. 좋은 평판 위에 있는 기업은 여간한 잘못에도 "그럴 리가 없는데, 실수였겠지"한다. 반대로 똑같은 일을 두고도 신뢰가 부족하면 "그럴 줄 알았다"이다.

현대차뿐 아니라 삼성, LG 등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그들로부터 1원 한 장 받은 것 없지만 나는 이들 기업이 자랑스럽다. 그렇지만 한국 기업에 대해 아직은 무엇인가 2%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경험도 그런 이미지를 더하는데 분명 일조할 것이다.

좋은 평판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100명, 1000명이 오랜 시간 비슷하게 느껴야 한다. 하지만 나쁜 평판은 한 순간이다. 단 한 명만의 부정적인 경험으로도 충분하다. 부정적인 이야기일수록 더 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은 더 무섭다. 좋은 경험은 주변 사람 8명에게 전해지는 반면, 나쁜 경험은 25명에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한 마케팅 연구소의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기분 좋은 경험을 한 소비자는 25%만이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 반면 불쾌한 경험을 한 사람은 65%가 그것을 전달한다. 아마 나도 이번 경험은 계속 이야기하게 될 것같다. 어쩌겠는가.

현대차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다. JD파워가 수시로 발표하는 미국내 각종 자동차 성능 및 품질 조사에서 요즘 현대차는 도요타나 혼다, 닛산 등 유명 일본차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운 나쁘게 하필이면 나같은 '까다로운' 소비자에게 그런 차가 걸렸으니….

굳이 해명할 필요는 없다. 설령 불량률 0.01%라고 해도 한 번 나쁜 경험을 한 소비자 마음엔 어떤 설명도 '변명'으로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땐 침묵과 의연함이 답이다. 대신 0.01% 불량률마저 0%까지 줄이겠다는 노력으로 시장에 보답하면 된다. 내구성이나 불량률 적기로 매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렉서스의 명성은 그런 자기 성찰과 노력 끝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기업들, 더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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