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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김혁철 또 만난다…하노이 담판까지 먼길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2/10 07:09

다음주 협상 장소는 하노이 유력
“정상회담 직전에야 그림 나올 것”

청와대 “목표는 스몰 딜 아니다”
문 대통령·트럼프 조만간 통화

“북한, 금강산관광 제재 예외 요구
미국은 비핵화 조치 우선 고수”

요미우리 “미국

미국은 오는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실무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회담 과정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10일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정상회담의 그림은 회담 직전에 그려질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8일 평양에서 북한과 비핵화 대 상응조치를 놓고 북한 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적 합의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미가 2월 17일 시작되는 주에 아시아의 제3국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건 특별대표와 북한의 김혁철 특별대표가 북·미 정상회담 예정지인 하노이에서 다시 실무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8일 평양 협상과 관련, 미국 정부는 ‘영변 핵시설 폐기+α’의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협상 과정에 정통한 복수의 한·미·일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평양 협상을 마치고 내려왔던 비건 대표는 9일 한·일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이 같은 취지로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당초 ‘영변+α’, 즉 북한의 포괄적 핵 신고까지 포함하는 비핵화 조치를 협상의 목표로 삼았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평양 협상은 북한이 이미 폐기 의사를 밝힌 부분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으로 안다”며 “동창리·영변 등에 대한 우선신고를 받고 검증과 폐기를 이어가는 방향이 우선 논의됐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밝혔던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의 폐기,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언급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다는 취지다. 협상 과정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은 “진정한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1차 협상 결과는 전체 그림의 일부”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도 이날 “이번 (평양) 실무협상은 양측이 뭘 주고받는 협상이라기보다 서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터놓고 얘기하는 유익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대표, 강경화 외교장관과 (마이크)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긴밀한 한·미 공조가 각급 단위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김 대변인은 정상 통화에 대해 “준비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2차 정상회담까지 남은 시간이 약 2주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미 외교가에선 “산적한 문제들에 비해 시간이 너무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른바 ‘스몰 딜(small deal)’, 즉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에만 집중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영변 +α 없으면 제재 완화 없다는 입장”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향후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만나 추가 협상을 할 예정이다. [뉴스1]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이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스몰 딜’이 아니다”며 “미국과 우리 정부의 비핵화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입장이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익명을 전제로 “미국 협상팀의 목표는 절대 스몰 딜이 아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이날 정의용 실장을 만나 한·미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 “우리는 같은 생각(We are on the same page)”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비건 대표가 평양과 서울을 오가면서 한·미 공조는 확인됐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놓곤 제재 해제 부분에서 북·미가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대북제재 예외조치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0일자에선 “지난 1월 스웨덴에서 열린 실무자 협의 때까지만 해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 등을 유엔 제재의 예외조치로 인정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미국은 전향적 입장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제재 해제를 놓고 “비핵화 실질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협상 과정에 밝은 소식통은 “제재 해제는 미국 독자 제재뿐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부분도 있기에 쉽게 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제재 완화의 경우 한번 허용하면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고, 이제 겨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제재의 효력을 감소시킬 수 있어 미국이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대신 검토 중인 상응조치는 체제 안전보장과 인도적 지원이다. 미국의 외교 소식통은 체제 안전보장과 관련, “종전선언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종전선언을 한번에 해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합의를 먼저 이루고 그 이후 로드맵을 짜는 방식도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실제 종전선언을 위한 절차를 세분화하는 ‘단계적 종전선언’을 미국이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체제 안전보장과 관련해선 미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미 행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핵시설의 폐기를 사찰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도 미국은 일종의 연락사무소를 평양에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연락사무소 설치가 유력한 상응조치의 하나일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연락사무소가 평양에 만들어질 경우 실무적으론 핵폐기 검증을 위한 역할이지만 미국 정부가 평양에 공식 사무실을 개설했다는 점에서 체제 보장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간주된다.

전수진·강태화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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