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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억 원조, 받자 vs 막자···베네수엘라 국경 일촉즉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2/10 08:04

과이도 의장, "이번주 중 원조품 확보"
좌파 정부는 "美 내정간섭" 주장 반발
국경 지대 물리적 충돌 가능성 커져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좌)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우). [AFP=연합뉴스]






혼돈 속 베네수엘라 정국이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해외 원조품 수령 여부를 두고 집권당과 쿠데타 세력 사이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 BBC방송은 후안 과이도(35)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미국 대외원조 실시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원조물품을 수령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고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과의도 의장은 “이번주 안에 국경으로 사람들을 집결시켜 현 정부의 물리적 저지선을 뚫고 물품 공급선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시민들에게 공언했다. 현 좌파 정권을 이끄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계속 요구하면서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원조를 ‘가짜 쇼’라고 비난하며 원조 물자 반입 거부를 실행 중이다. 그는 8일 수도인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 전복을 위해 기획된 국제사회의 가짜 인도주의 원조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과이도 의장 등 쿠데타 세력을 지원하며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는 게 마두로 측 주장이다.

현재 원조 물품이 도착한 베네수엘라 국경지대에는 트럭 등 차량을 이용한 바리케이트가 쳐졌다. 병력도 일부 배치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지난 4년간 워싱턴이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면서 “(베네수엘라 국경 도시인) 콜롬비아 쿠쿠타에 쌓여 있는 원조 물품은 가난한 콜롬비아 국민에게 배포돼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콜롬비아 국경 지대에 베네수엘라 군인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다. [AP통신]






그럼에도 야권 지도자인 과이도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우파 국가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원조품을 받아들이려 한다. 시민들이 생활에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미국이 보낸 비상 식품, 의약품 등 원조 물품은 총 100t 분량, 2000만달러(약 225억원) 어치에 달한다. BBC는 “베네수엘라 국민 수백만명이 치솟은 물가와 경제 위기로 인한 음식 및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과이도 의장은 접경 국가들과 힘을 합쳐 원조 물자를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스스로를 새 대통령으로 선포한 뒤 줄곧 국제 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전복을 시도 중이다. 이미 미국에 이어 캐나다가 과이도 측에 4000만달러의 원조를 약속했다. EU도 500만유로 원조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고 독일도 독자적으로 500만유로의 지원을 결정했다.

좌파 정부, 제재 피해 러시아로 자금줄 돌려

한편 마두로 정권은 장기전에 대비한 돈줄 확보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은 9일 일부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최근 러시아계 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시위 직후인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PDVSA를 상대로 단행한 자산동결·송금 금지 등의 금융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다.




마두로 지지자들이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개입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이터에 따르면 PDVSA가 새로 거래하겠다고 밝힌 은행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가스프롬방크 AO’다. 현재 러시아는 중국, 터키 등과 함께 마두로의 좌파 정권 편에 서 있다. PDVSA는 2017년 제재 때도 베네수엘라 정권에 우호적이던 중국 은행에 돈을 옮기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했었다. 마두로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제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다.

서방 민주주의 국가를 등에 업은 과이도 의장 세력과 러시아·중국 등에 도움을 청한 마두로 정권 간 갈등은 이미 평화적 봉합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국 내 정치 싸움이 국제 세력 간 힘겨루기로 크게 비화해서다. 향후 세력 다툼의 주도권은 지금까지 마두로 대통령 편에 서 온 베네수엘라 군부가 어떤 태도를 보이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8일 백악관 고위 관료릐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일부 군 장성들에게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고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는 벌써 동요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온다. 미국 뉴욕의 타블로이드판 일간지 뉴욕포스트는 9일 “마두로의 하야가 멀지 않았다”는 베네수엘라 야당 측 군 장성의 말을 전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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