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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공주 총리 출마 해프닝…하루 만에 꺾인 탁신파의 꿈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2/11 07:07

현 국왕 누나로 대중적 인기 높아
탁신파, 정권탈환용 카드로 활용
국왕 “부적절” 한마디에 하차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 세력인 푸어타이당의 ‘자매정당’ 타이락사차트당 관계자가 8일 우본랏 라차깐야 공주를 3·24 총선 총리 후보로 등록하며 서류를 보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나는 총리 후보가 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가진 평민이다.”(누나 우본랏 공주)

“왕실 가족 구성원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동생 와치랄롱꼰 국왕)

현 국왕의 누나가 총리 출마를 선언했다가 동생의 반대에 부딪혀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로 태국이 혼란에 휩싸였다. 10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타이락사차트당은 지난 8일 마하 와치랄롱꼰(66) 현 국왕의 누나 우본랏 라차깐야(67) 공주를 3월 24일 열리는 총선의 총리 후보로 등록했다가 하루 만인 9일 철회했다.

누나의 총리 출마 소식을 접한 와치랄롱꼰 국왕이 8일 밤 “우본랏 공주는 여전히 짜끄리 왕조의 일원으로 신분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입헌군주제 국가지만 왕실의 영향력이 큰 태국에서 왕가의 정치 참여는 헌법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우본랏 공주는 1972년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왕족 신분을 포기한 상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공주의 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태국을 위한 새롭고 신선한 시작” 등의 환영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만큼 공주에 대한 국민의 신망이 높다는 이야기다. 우본랏 공주는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네 자녀 중 맏이다. 요트를 즐겼던 아버지와 함께 1967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결혼과 함께 왕족의 지위를 잃었지만 이혼하고 2001년 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배우로 변신해 ‘기적이 일어나는 곳(2008)’ 등의 영화에 출연했고, 가수로도 활동했다. 빈곤 아동, 환경 문제 등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다.

공주의 갑작스런 총리 도전 배경에는 3월 총선을 둘러싼 정치권의 치열한 수 싸움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선 2014년 5월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 오차 현 총리를 중심으로 한 군부 세력과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추종 세력이 경합 중이다. 탁신 전 총리파인 푸어타이당과 타이락사차트당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 이를 타개하기 위해 빼어 든 카드가 공주였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왕실의 ‘후광’을 가진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공주의 총리직 출마 사퇴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파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친(親)군부 국민개혁당은 10일 공주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던 타이락사차트당의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주의 도전이 현 태국 왕실의 불안한 상황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태국 왕실은 집권 중인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왕의 누나인 공주가 군부 반대파인 탁신계와 손을 잡은 것은 왕실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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