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0.0°

2019.05.23(Thu)

[스토리 In] 한미박물관 가상 청문회

[LA중앙일보] 발행 2019/02/12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9/02/11 19:45

#. -증인, 한미박물관이 왜 필요합니까.

"미주 한인 이민사를 증언하고 문화를 보존하는 산실이자 민족적 정체성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입니다."(A일보 2015년 7월23일자)

-박물관 추진 과정을 설명해주시죠.

"1990년대 초반부터 꿈꿔왔지만 예산과 부지가 없어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06년 당시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시장이 '한국 트레이드&문화 센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했지만 무산됐습니다. 그러던 2013년 LA시가 6가와 버몬트 애비뉴 인근 시영 주차장을 50년 장기 임대해주기로 결정하면서 본격 추진됐습니다."

-박물관 단독 건물로 추진했죠?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2년 뒤인 2015년 '박물관+아파트'로 변경했습니다. 바꾼 이유가 뭡니까?

"아파트 렌트비를 받아 박물관 운영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박물관 건물 서쪽과 남쪽 벽면에 7층 높이 아파트를 붙여 짓기로 했습니다. "

-그때 한인사회에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한인사회를 위한 박물관을 짓겠다면서 한인들 의견을 묻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

-한 일간지(본지 2019년 1월14일자)에 따르면 최근 6년 만에 박물관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아파트 없이 단독건물로 다시 짓기로 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예. 그동안 건축비가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3500만 달러였던 건축비가 5000만 달러로 뛰었습니다. 아파트를 짓는다 해도 100% 입주한다는 보장도 없어 타산성이 없다고 이사회에서 판단했습니다."

-백년대계를 바라봐야 할 박물관입니다. 6년 전에는 왜 타산성을 예측하지 못했습니까?

"…."

-단독 건물로 다시 바꾸면서 2013년 단독 건물 원안보다 크기가 줄었다는데 맞습니까?

"예. 공사비 때문입니다. 수정된 건평은 1만4000여 스퀘어 피트입니다. 2013년 단독 건설안의 3만 2031.65스퀘어피트 보다 56% 줄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됐습니다. 애초 6년 전에 박물관 단독 건물안을 그대로 진행했다면 적은 예산으로 더 크게 지을 수 있었겠네요?

"…."

-지금까지 과정을 정리해봅시다. 박물관을 짓겠다면서 한인사회와 소통도 없고, 6년간 예산과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현 이사진이 앞으로 제대로 박물관을 지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증인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

#. 한미박물관을 '가상 청문회'에 불렀다. 답답해서 지면 위에라도 소환해야 했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그동안 박물관 측은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한인사회에 설명하는데 충실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상 청문회에는 묻지 못했던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말 줄임표(…)로 처리된 답변이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물론 날선 비판이 박물관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피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청문회가 실제로 열린다면 '억울하다'는 말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

한미박물관은 공공 부지 위에 후원금으로 짓는다. LA시 소유 공영주차장 부지를 50년간 연간 1달러만 주고 사실상 무상으로 빌렸고, 건축 기금은 한인들의 후원금을 받아왔다. 현재 잘 짓고 있다 해도 경과 설명은 당연한 의무다. 하물며 장기적 관점에서 건축 타당성을 예측하지 못해 6년간 예산과 시간을 낭비했으니 이사진 전체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만약 한국에서 비슷한 청문회가 열린다고 가정해보자. '그동안 뭘 했느냐'는 질타와 비판이 쏟아질 게 뻔하다. 또 박물관장을 비롯한 이사회 전원에게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압박도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LA로 청문회 무대를 옮긴다면 악재는 더 커질 수 있다. 시의회가 한미박물관 부지 임대를 결정했던 2013년 주류 언론들은 박물관 부지를 한인사회에 주기보다 시 전체를 위한 세금 수입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한인사회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 후 6년간의 허송세월을 주류언론이 알게 된다면 '그럴 줄 알았다'고 부지를 반환하라는 압박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그 비난은 이사진이 아니라 한인사회 전체가 감수해야 한다. 정작 한인사회는 그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져 왔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더 갑갑한 사실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박물관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는 뜻이다. 다음 이사회에서(이사회 일정 역시 공개된 바 없다) 이사들이 무거운 심정으로 자문하길 바란다. 애초부터 박물관이 왜, 누구를 위해 필요했는지.

관련기사 스토리 In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

핫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