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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우울증, 속 털어 놓아야

[LA중앙일보] 발행 2008/09/2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8/09/19 19:53

이수일/레바논 병원 카운슬러

초조 불안 증상으로 고생하는 30대 미혼인 홍씨 얘기다.

어릴 때 이민와 대학원을 졸업 미국 직장에 다니는 홍씨는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수줍어 하기 잘하고 소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증상이 심할 때는 외부와 일체 연락을 끊기도 한다.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밤새 일어났다 깼다를 반복하며 수많은 생각에 사로잡히고 결국은 갑자기 엄습해오는 불안증에 시달려 어찌할 바를 모른다. 물론 두통도 잦다.

그러던 그가 서른 살이 가까워지면서 결혼 문제로 더 초조해하고 있다. "여자나이 서른이 넘으면 결혼하기 힘들다"는 부모님의 말에 처음엔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다 이제는 아예 대화를 하지 않게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후 계속 방에서 나오지 않고 은둔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분이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쳐 요즘 그녀는 업무 상 필요한 반응 이외는 사람들과 접촉을 삼가하고 있으며 툭하면 화를 내곤 한다.

그는 원래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했다. 한인 교회에서도 4년째 묵묵히 봉사를 하고 있다. 사실 신앙생활이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한번은 청년들이 모인 교회 소그룹 모임에서 지난 한 주간 생활을 나누는 중 자신이 요즘 경험하고 느낀 점을 털어놓게 됐다.

듣는 이들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솟았다. 그녀는 진행자의 도움을 받아 언제부터 그리고 어떻게 자기를 억누르는 감정과 기분에 사로잡히게 됐는지 얘기했다.

그녀는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다. 한 살 어린 여동생도 있었다. 부모들이 거주지를 여러 번 옮겨 다녔다고 한다.

당시 부모는 일을 해야 했기에 자기와 동생만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우리들에게 항상 집에서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어린 아이들만 있는 것을 알게 되면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 잡혀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

이에 어린 자매들은 아파트 마루를 걸을 때도 발꿈치도 들고 목소리도 낮춰 얘길 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거나 벨을 누르면 아예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원래 타고난 성격이 소극적이고 수줍어 하는 데다 이와같은 환경은 그녀를 더욱 소극적이고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학교에서도 이같은 반응은 이어졌다. 심지어 담임 교사와 또래 친구들까지 경계 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다른 학생들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러한 성격이 성인이 된 지금도 자기를 괴롭히는 것 같다고 한다. 뒤에서 누군가 자기를 미행하거나 따라오는 것 같고 이유 없이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아무한테도 인정받을 수 없는 무가치한 존재로 비관적인 존재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홍씨는 "남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처음 해본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함께 했던 참가자들의 눈도 촉촉히 젖어 있었다.

참가한 이들 가운데 몇 명은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고 어린시절 아픈 경험을 대신 얘기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한 남성은 현재 자기의 처해진 삶이 그렇다고 하면서 남을 쉽게 신뢰할 수 없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홍씨는 그 날 밤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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