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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팔불출 할아버지

하나 둔 아들이 장가들고 8년이 되도록 며느리의 임신 소식은 감감했다. 어느 날 아들 내외와 같이 백화점 나들이에 나섰다. 나의 럭셔리한 청바지를 사려고 쇼핑하던 중 느닷없이 며느리가 힘들다고 주저앉는다. 나는 속으로 젊은 아이가 저렇게 허약해서야, 내심 걱정과 우려가 교차했다. 그 힘든 것이 임신의 단초였다. 이튿날 아들이 임신 소식을 전해왔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사실 임신이 되지 않아 노심초사할 시기였다. 하루는 치아 신경 치료를 위해 며느리와 같이 치과 진료를 받으러 운전 중이었다. 그날따라 시아버지의 운전이 몹시 짜증 날 정도로 서행하였던지 며느리가 빨리 가자고 채근한다. 며늘아! 빨리 가다가 접촉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아이 떨어질까 염려스러워 그런단다. 그러고 나서 차 안에서 모두들 박장대소했다.

10개월 후 튼실한 손자를 보게 되었다. 그 녀석이 이젠 만 3세가 되어 재롱과 별 재간을 다 피운다. 밥상머리에 앉으면 식사 기도는 물론 성경 암송도 어른처럼 잘한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 때까지'로 시작 마태복음 몇 장 몇 절의 말씀을 아멘으로 끝맺는다.

내가 손자 보기 전 딴 분들이 손주 자랑하면 솔직히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요즈음 친구들 만나면 손자 자랑하고 싶어 갈등이 온다. 하루는 팔불출 소리 들어도 자랑해야겠어 하고 선전포고하고 말문을 열었다. 한참 듣고 나서 모두 손사래를 친다. 요즘 손주 자랑하려면 기본이 100불이란다. 그래 그게 대수야? 실컷 자랑했더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제 손주 자랑하시고 싶으신 할아버지, 할머니. 지갑엔 꼭 50불 이상 지참하세요.




김대환 / 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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