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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유쾌한 프로 댓글러를 기다리며

나는 댓글을 자주 읽는다. 사실 매일 읽는다. 코리아데일리닷컴의 뉴스 댓글은 물론 다른 웹 페이지나 블로그 미디어들의 댓글, 페이스북 포스트나 인스타그램의 댓글도 즐겨 읽는다. 온라인 뉴스 편집자의 업무 영역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방문자들의 생각과 반응이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읽는다. '뉴스의 완성은 댓글' 이랄만큼 정보를 보완해주는 댓글도 있고 뉴스 보도에 대한 예리한 비판도 있다. 요즘엔 영상도 있고 그림도 사진도 이모티콘으로 장식된 3D급 댓글도 많다.

뉴스나 포스트가 '주인공' 이라면 댓글은 한걸음 물러나 '웅성대듯' 주고받는 조연급 뒷담화다. 웹에 공개되는 것이니 사실은 뒷담화의 옷을 입은 앞담화다. 동굴 담벼락에라도 뭐든 끄적이고 싶었던 인류의 조상들부터 뭔가를 말하고 타인과 나누고자 해온 인간 본능의 최신 수단이다.

대학 카페테리아에서 오가는 대화를 분석해봤더니 철학적 학문적 담론은 없고 죄다 친구들의 가십들 뿐이었다면서, 인간 언어와 뇌의 진화는 '뒷담화'를 위해 촉발됐다고 주장하는 인류학자도 있다. 더구나 카페테리아에 마주 앉은 제한된 몇몇과는 비교도 안되게 천문학적 숫자의 불특정 다수들을 향해 내 주장을 널리 널리 퍼뜨릴 수 있는 막강 영향력을 지닌 것이 댓글이다.

접근 문턱이 낮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댓글 여론의 장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역시 '목소리 큰 사람' 이다. 되도록이면 자극적인 언어로, 들리지 않지만 명백히 큰 목청으로, 비판과 문제 제기를 반복할수록 관심을 끌어모은다. 좋아요든 싫어요든 늘어나는 반응 수치는 다시 호기심을 자극하며 영향력을 증폭시킨다. 주연은 온데간데 없고 뒷담화 조연이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다. 프로 댓글러의 등장이다.



그런데 최근 두가지 흥미로운 리포트를 봤다. 지난해 한국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인터넷 뉴스나 토론 게시판에 댓글을 다는 사용자층이 10, 20대는 줄어들고 50대 이상은 늘었다고 한다. 10대나 20대들이 소셜 미디어나 게임 등을 집중 소비하는 반면 50대 이상 중장년층 사용자들은 주로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조사에서는 20, 30대 젊은 세대들은 댓글을 읽은 경험이 가장 높고 작성하는 경험은 가장 낮았던 반면 60대 이상은 댓글을 작성한 경험이 가장 높고 읽은 경험은 가장 낮았다.

결국 뉴스의 주 소비층인 50,60대 중장년들이 열심히 작성한 댓글 의견을 20,30대 젊은 세대가 주로 소비한다는 얘기다. 댓글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령대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은 놀랍다. 흔히 접하는 묻지마 욕설과 무차별 비방이 철없는 나이의 치기만은 아니었던 거다. 중장년층의 댓글 여론이 댓글 문화의 품질을 좌우하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럼 점에서 나는 유쾌한 댓글을 희망한다. 유머는 나이와 지역을 안가리는 백전백승 치트키다. 빙글빙글 씨익 웃으며 한 수 접어주는 유머러스한 댓글을 만날 때는 나도 모르게 모니터 속으로 손 내밀어 악수하고 맞장구 치고 싶어진다.

오늘도 엽전, 쓰레기, 가짜, 무식, 닭과 쥐와 죄인이 난무하는 시끌벅적 댓글 속에서 성숙한 프로 댓글러의 위트와 유머 넘치는 보석 댓글의 방문을 믿고 기대한다.


최주미 디지털부 부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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