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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한국, 정쟁이 몰고올 혼돈에 대비해야

한국사회가 극심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갈 조짐이다. 건전하게 경쟁하는 정도를 훨씬 넘어 난장판을 벌이는 큰 혼란이 어른거린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은 극에 달할 것이고, 정치권의 충돌과 대중의 소요로 국가의 기능도 부분적으로 마비되거나 힘이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런 사회적 비용은 쇠고기 파동과 탄핵 사태 때 경험해 봐서 쉽게 짐작이 간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유죄선고와 손혜원 의원의 이해충돌 스캔들, 한국당의 5.18 공청회 등 몇몇 정치적 사태에 대처하는 여야의 강공 모드가 그런 혼란의 개연성을 암시한다. 김 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민주당은 벌떼처럼 일어나 성창호 재판장과 사법부를 "적폐세력의 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 난타했다. 대통령 수사를 언급하는 야권을 촛불세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맹공했다. 시비곡직을 따지기보다 정치성을 덮어씌우는 여권의 전략은 사법부 압박과 야권에 재갈 물리기라고 반발하는 야권의 거센 저항을 불렀고, 이는 정치계절을 앞둔 여야의 피할 수 없는 격전의 전초전이다.

한국당의 김진태 의원 등이 주도한 5.18 공청회에 대해 여권이 들고일어나 한국당을 몰아세운 것은 여권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 반격이 되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컨벤션 효과를 기대한 한국당으로서는 북미 간의 하노이 회담이 전당대회 일정과 겹치는 일과 함께 곤혹스런 악재다. 광주사태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지만원씨의 무분별한 발언이 한국당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다. 한국당도 대여투쟁에서 쉽게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의 선명성과 투쟁역량을 겨루는데 투지력은 좋은 화두가 될 것이며, 전당대회 이후에도 새 지도체제가 지도력을 형성하는 과정과 내년의 총선, 다음 대선까지도 공격의 과녁이 될 것이다.

집권 진영에서는 기회만 있으면 촛불혁명을 언급해서 지지세력의 결집과 대중의 응원을 간접으로 호소한다. 이는 나라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불안을 높인다는 부정적인 우려를 낳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경제적인 악재로 서서히 평형으로 이동하고 태극기 세력이 모아져 촛불에 대항하면 두 세력의 맞대결은 불을 보듯 뻔하다. 타협이 실종된 유무형의 태풍급 맞닥뜨림은 나라의 비용이고 손실이다.



협상의 실종은 문재인 정권 내내 회복될 성 싶지 않다. 문 대통령의 편집성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한동안 높은 지지로 출범한 정권의 태생적 체질이 집권세력의 오만을 키웠다는 분석도 무시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를 묵살하는 등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 행보와 야당의 요구를 백안시하는 태도는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손혜원 의원이 일으킨 이해충돌 의혹도 사법기관과 의회에서 절차에 따라 차분히 가려지면 명쾌할 일이었다. 그러나 국회의 상임위와 특별 세션은 배제되고, 본인이 나서서 의혹을 증폭시키는 역겨운 정치쇼를 벌였다. 국회와 정당, 지역과 관련기관들의 품격에 두루 먹칠을 하고 상처를 주는 행위였다. 본인은 지역과 문화재를 들먹이며 선의로 포장하지만 국민의 상식은 그의 언행이 얼마나 삿된 행보인지를 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정쟁에 덜 휘둘리는 공중이 오늘의 희망이다. 공중은 대중과 달리 시류에 가볍게 흔들리지 않는다. 사안을 건전하게 판단할 수 있는 상식을 갖추고 있고, 명분과 주관을 중시한다. 겉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한국사회에 빙산처럼 수면 아래 두껍게 자리하고 있다. 나라의 중심을 잡는 소중한 자산이며, 한국의 내공이다.

국가여! 사회가 치열한 정쟁이나 그에 흔들리는 대중에 의해서가 아니고, 양식으로 판단하는 듬직한 공중에 의해 지탱되고 전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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