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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지혜와 믿음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2/19 미주판 29면 기사입력 2019/02/18 14:23

많은 현대인들이 "나는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것만 받아들인다"고 이야기 한다. 불교의 과학적, 합리적 특성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한 청년이 본인은 3000마일 만에 자동차 엔진 오일을 교환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3000에서 1만 마일까지 모두가 제각각이었다. 이유도 가지가지였다. 자동차회사 매뉴얼에 나와 있어서, 요즈음은 차의 품질이 향상되어서, 고위 기술고문의 견해이기 때문에….

비타민의 효용에 대해서도 최고의 의사들 간의 견해가 다르고, '저녁에 먹는 사과는 몸에 해롭다'고 강의를 해도, 결국은 본인의 의학에 대한 수준과 성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는 제 각각일 것이다.

콜레스테롤에 달걀노른자가 치명적이라고 하더니, 재작년인가 미국 보건부 자문기과에서는 달걀노른자의 콜레스테롤이 인체에 별다른 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일리지나 비타민의 효용, 저녁에 사과를 먹는 것에 대한 견해, 콜레스테롤과 달걀의 관계 등에 대해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100% 진리적인 결론을 내는 것이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 가능할까.

자연과학의 사정이 이럴진대, 삼세인과나 윤회, 기도 등은 어떨까. 윤회가 진리라고 현대과학으로 증명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거짓이라고 확증할 만한 증거도 없다. 세계적인 물리학자들도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과학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무엇인가를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불가에서 말하는 지혜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인데, 아직 깨닫지 못한 중생은 이치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욕심과 습관에 가린 중생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이해' 한다고 한다면, 그 말을 어느 정도나 신뢰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안다고 '믿는' 혹은 안다고 '느끼는' 것일 확률이 높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당연히 받아들이는 명제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조금 편하게 자원 사용하다 한 100년 후쯤 지구가 사라지면 안 되는 것인가. 천년만년 지구를 힘들여가며 보존해야 하는 피치 못할 이유라도 있는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궤변 같지만, 정확한 답을 하려면 인간과 우주에 대한 확실한 이해(깨달음)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답이나 논거라는 것은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밖에 없다.

'삼세윤회'같은 고상하고 거창한 진리적 명제가 아니더라도 무엇인가를 이해된다고, 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은 깨달음이 선행 되어야 한다.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진리공부를 함에 있어 '이해가 되는 것만 받아들이겠다'라는 태도를 엄격히 적용한다면 최소한 필자에게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이나, 진리 탐구를 그만두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믿음으로 법의 바다에 들어가고, 지혜로서 법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하셨다. 합리적 과학교육을 받고 자란 현대인들에게 믿음(Faith)은 분명 어렵고 낯선, 때로는 불편한 개념일 수 있지만, 믿음 없이 지혜는 결코 깊어질 수 없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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