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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아마존과 국가비상사태

김종훈 / 편집국장
김종훈 / 편집국장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2/19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02/18 18:01

아마존이 뉴욕시 롱아일랜드시티를 내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장벽을 쌓겠다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 CEO와 트럼프 대통령은 사이가 좋지 않다. 하지만 둘은 같은 점이 많다. 돈이 많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어마어마하게 흔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아마존이 뉴욕에 들어오는 것을 마구 막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30억 달러나 되는 감세 혜택을 받고 제2 본사를 지으면서 커뮤니티를 위해 하겠다는 일은 너무 적다는 데 화가 났다. 아마존이 뉴욕을 버리자마자 '0 달러' 세금 이야기가 쏟아졌다. 지난해 아마존은 110억 달러를 벌었는데 연방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렇게 된 데는 트럼프의 감세 혜택이 큰 몫을 했다.

아마존만 그런 건 아니다. '포천500' 기업들 가운데 40%가 지난 2008~2015년 사이에 적어도 한 해 넘게 연방 세금을 한 푼도 안 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지난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연방 세금 수입은 바닥을 쳤고, 정부 빚은 22조 달러로 치솟았다. 트럼프 취임 뒤 무려 2조 달러가 늘었고 미국인 한 사람이 6만7000달러씩 빚을 지고 있다.

그런데 아마존은 뉴욕에서 또 감세 혜택을 원했고, 트럼프는 국경 장벽에 80억 달러를 쓰겠다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2조, 2조, 80억, 30억, 그냥 사람들은 입만 딱 벌릴 돈이다. 미국인들은 집 모기지 빚 10조, 학자금 빚 1조5000억, 크레딧카드 빚 1조200억, 전체 빚이 13조다. 한 집이 주름잡아 13만 달러가 넘는 빚을 지고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 같은 이들의 돈 잔치는 끊이지 않는다. 그 곳에 베조스와 트럼프가 있다.

국가비상사태인 것이 맞다. 실업자가 줄었다고 좋아만 할 수 없다. 일을 해도 자꾸 빚이 쌓이고 삶은 곪는다. 모두 다 힘든 건 아니다. 하지만 힘든 사람이 너무 많아 '부자 증세' 외침에 손뼉을 친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까닭은 또 다른 곳에 있다. 2012년 커네티컷 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아이들 2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이맘때 플로리다 고교에서 젊은이 17명을 잃었다. 하지만 들끓었던 총기 규제 외침은 시들해졌다. 2013년 뒤 네 사람 넘게 죽거나 다친 총기 사건은 2000여 건이었다. 2200여 명이 죽었고 8200여 명이 다쳤다. 한 주에 한 번 꼴로 총기 난사가 이어졌다. 2014년 1월 단 한 주만 없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다만 국경장벽은 아니다. 세법도 바꿔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 감세는 아니다. 트럼프와 베조스는 우리와 다른 나라에 살면서 서로 싸운다. 그 나라는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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