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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두권의 책

김완신/편집국 부국장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가 쓴 두권의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아프간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탈레반의 근거지고 내란으로 황폐한 나라라는 것이 상식의 전부였다. 아프간을 생각하면 지독히도 가난한 사람들과 포화로 무너진 거친 풍경만이 떠올랐다.

이런 생각을 바꾼 계기가 된 것이 아프간 출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이었다. 호세이니는 1965년 카불에서 출생해 소련군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망명온 이민자다.

2003년 아프간 출신 작가가 쓴 최초의 영어소설인 '연을 쫓는 아이(The Kite Runner)'를 발표한 후 지난해에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으로 미국 문단의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다.

'연을 쫓는 아이'는 주인공 '아미르'가 12살때 하인 '하산'이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이를 지켜주지 못한 것을 숨기기 위해 누명을 씌워 집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후 평생을 용기 없고 비겁했던 자신을 질책하며 살아가야 했던 아미르의 성장과정을 그리고 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간의 풍습에 따라 한 남자의 두 아내로 살아가야 했던 '마리암'과 '라일라'의 사랑과 헌신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연을 쫓는 아이'는 우정과 참회라는 조금은 진부한 주제를 선택했고 성장소설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도 못했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도 같은 남편을 둔 두 여자의 역경을 장문으로 풀어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들이 감동적이었던 것은 주인공들의 일생에 아프간의 슬픈 현대사가 격랑처럼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73년 왕정을 폐지한 아프간은 정치 불안으로 내란이 이어졌고 소련의 침략을 받았다. 이후 1996년부터 시작된 5년간의 탈레반 집권은 인권탄압과 대량학살의 불행한 역사를 가져왔다.

호세이니의 작품은 아프간의 지난 역사와 9.11사태 미국과의 전쟁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을 주인공들의 삶에 투영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사랑과 우정을 말하지만 그런 것들이 더욱 공감될 수 있었던 것은 아프간의 역사가 배경이 됐기에 가능했다. 이들 작품이 아프간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다면 우여곡절 많은 드라마 한편을 보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오는 27일 미주에서 최초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역시)이 실시된다. 북미 6개 도시에서 많은 한인들이 응시할 예정이다. 한국을 떠나 살면서 잊혀졌던 한국사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나 정체된 기록이 아니다. '히스토리'의 어원이 '알다' '보다'인 것처럼 현재를 '보고 알아가는' 과정이다.

미주에는 예술의 각 분야에서 여러 한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한국 예술가들이 갖추지 못한 '영어'라는 세계 공통어에 능숙하고 미국과 한국의 문화를 아우르는 위치에 있다.

한국 역사를 배우는 목적은 정체성 확립이라는 거창한 명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주의 작가들이 한국역사에 관심을 갖는다면 작품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널리 알릴 수 있다.

호세이니의 소설은 불우했던 조국 역사에 바치는 헌사이면서 타민족을 위한 아프간 역사책이다. 한국 역사를 '작품'으로 기록하는 한인 작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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