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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사랑하니까…"

비극은, 쓰러져 내동댕이쳐진다.

'49살 아들'은 아파트 인도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치매를 앓고 있던 아버지(85)를 모시기 위해 10년 전, 서울에서 충북 청주로 홀로 내려와 생활해 왔다. 가족과는 떨어진 채 지내왔다. 아들은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유서에는 "아버지를 데려 간다"고 쓰여있었다. 아버지의 목 부위에는 무언가에 눌린 흔적이 있었다.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아파트 위로 올라가는 시간은 아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투신의 찰나 시간, 아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47살 아버지'는 모텔 방에 쓰러져 있었다.



곁에는 17살 난 아들이 누워 있었다. 부검 결과, 아들은 질식사로 추정됐다. 아버지 목에서는 줄이 감겨 눌린 흔적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자폐증 아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을 남겼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멍하니 앉아 있었을 시간은 아버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자신의 목을 감을 동안, 아버지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두 사건은 지난 19일, 20일 한국서 잇따랐다.

때론, 가장 아름다운 고백이 처절한 비극으로 끝이 나기도 한다.

2012년 겨울, '78살 남편'은 50년을 같이 살아온 아내(74)를 먼저 보냈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2년 동안 24시간 간호해온 남편이었다. 아내의 발작에 그만 목에 손을 댔다. '무슨 짓을 한 거지' 아파트 난간으로 달려갔다. 집에 들른 아들이 가까스로 제지했다. 경찰 조사에서 남편은 손에 힘을 주는 마지막 순간,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래"라고 말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 긴 말 줄임표.

'유예된 비극'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탈출구'는 무엇인가. 다시, 긴 말 줄임표.

세상이 아무리 큰 변혁을 이루고, 큰 발전을 해도 인생이 경건한 이유다. 경건은 두려워함과 함께 시작해, 사랑에 의해 완성된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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